우리 모두 바쁜 삶 속에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한 남편이 저녁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집엘 왔다. 얼굴을 웃고 있는데 온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현관에 무릎을 꿇고 딸아이를 안아준다. 출퇴근하는 지하철, 버스는 늘 만원이라 남편은 두통을 달고 산다. 멀리며 두통이며 남편에게서 좀처럼 멀어지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한 손에 빵을 사들고 왔다. 야근 수당으로 저녁식사 값이 나오는데 밥은 안 사 먹고 그 돈으로 가족들 먹으라고 빵을 사 온다.


그 빵을 본지도 벌써 일 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공짜빵처럼 느껴져 가족끼리 오손도손 맛있게도 먹었는데 이제는 그 빵 봉지만 봐도 눈물을 날 거 같다. 빵 봉지를 내려놓고 멀미에 두통에 오자마자 쓰러지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빵 봉지를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남편의 귀가 후 한 시간 뒤엔 나는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가고 잠시 나와도 한 시간이 채 못되게 남편과 마주하거나 그냥 같은 공간에 있거나,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다음 날 남편은 또 지옥철을 건너가고 나는 아이 등원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가 하루 중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채 한 시간이 안되고 그중에서도 대화다운 대화나 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은 채 30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어제저녁,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남편의 두통을 뒤로한 채 얼굴을 마주했을 때 정말이지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 _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에는 3단계가 있다고. 열정, 권태, 성숙.

과연 지금 우리의 이런 '바쁘기'만 한 삶이 정말로 성숙을 향한 과정일까? 궁금했다. 왜냐하면 성숙하기 위해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버텨야 할 권태나 어려움이 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성숙의 단계에서 우리가 정말 행복할까? 남편이 퇴직할 때까지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나도 내 삶을 향해 더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며 살아가는 세월 속에 과연 우리 가족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있을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나이 듦과 함께 진정으로 성숙한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을까?







오늘은 금요일. 남편도 나도 솔이도 오늘은 기분이 좋다. 저녁에 아빠가 야근 후 늦게 집에 온다고 해도 내일 어린이집에 안 가니 늦게까지 아빠랑 놀 수 있고 나도 일정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마음이 한 결 여유롭다. 그리고 너무 달콤하고 짧은 주말을 보내고 또다시 우리는 레일 위에 서겠지.

우리 모두 바쁜 삶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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