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밀을 마주했을 때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나는 조금 전 남편 휴대폰으로 인스타를 하다가 기분이 묘하게 나빠졌다. 휴대폰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갈라진 머리 끝을 뜯으며 생각했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우리는 썀쌍둥이도 아닌데, 심지어 커플티도 해 본 적 없는 커플이었는데 왜 이리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을까 궁금해진다. 각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지문 공유, 메일 비밀번호, 금융거래 비밀번호, 매일 각자가 찍은 사진이 같은 곳에 업로드 공유되어 말 안 해도 서로의 일상이 손바닥 안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로맨틱하지 않은데 왜 우리는 처음을 이렇게 시작했을까?





남편 인스타 피드에는 운동 영상이 많아 내 휴대폰이 충전 중일 때 종종 보기도 하는데 오늘은 인스타 검색창에서 빈야사 요가를 치려다가 갑자기 최근 검색 리스트가 보였다. 남편 대학 동아리 여후배. 예쁜 후배. 연애시절 처음 그 후배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남편 인생에 등장하기 전에 남편은 그 후배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구나 한 번에 알아차리고 '너, 걔 좋아했지?' 했다가 그때 이후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여자 후배 이름.


남편이 검색을 했었구나.


흠 (콧바람이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차라리 아이유 사진을 검색하지...






무슨 감정일까? 남편 말고 나. 연애 시절엔 질투라고 하면 됐는데 지금은 아내, 그리고 솔이의 엄마의 자리에서 느끼는 묘하게 불쾌한 이 감정은 뭐지? 굳이 검색을 해서까지 후배의 안부가 궁금했다면 직접 연락을 하는 게 맞는데 인스타 피드를 찾아가서 그냥 보기만 한다는 건...

고래를 절레절레 저으며 괜히 솔이가 춥진 않을까 보일러를 확인하고 화장실에 가 변기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무 의미 없이 갈라진 머리끝을 만지며 생각했다. 이 상황이 반대라면?





나도 남편에게 비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잠시 일 했던 회사. 비록 비정규직이었지만 복지도 좋았고 일도 힘들지 않고 월급도 많아서 누가 하지 말래도 계속했을 텐데 3개월 만에 나왔다. 괜히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갔다가 3개월 만에 나와서 주변 사람들, 양가 어른들한테 창피했던 그 일. 남편은 그때 내가 생전 연애 때도 안 하던 속눈썹 연장을 하러 간 날 나를 찾으러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남편도 나처럼 촉이 왔던 걸까. 나의 작은 변화에도 남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내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을 때 남편은 아무 말도 없었다. 남편이 궁금해할까 봐 어설픈 핑계들을 준비했었는데 남편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사수가 내 이상형이었다는 것을.








내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외면할 수는 없다. 결혼 한 사람도 이상형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가정을 꾸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연애나 사랑의 감정이었는지는 몰라도 순수하게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아서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나는 내 자리를 아는 사람이다. 나도 내가 경계선 가까이에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사수 책상에 있는 먼지를 닦아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싫어하는 담배 냄새도 견딜 수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에. (솔이 엄마로서 이 글을 쓴다면 굉장히 죄책감을 들것 같다. 온전히 '나'로서 글을 끝까지 써야겠다!!! 솔아 엄마 갬성 돋는다)




그래서 그만뒀다. 내 마음을 나만 알고 있을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날 바로 책상을 정리하고 나왔다. 회사 사람들에게도, 다른 주변 지인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나는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 되었지만 스스로에게만큼은 가장 어른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나의 길을 갔다.


종종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에서 검색을 해 보긴 했지만 그 감정이 부끄러운 감정은 아니었다. 누구에게 절대 들키면 안 돼 하는 것도 아니었다.






...... 남편도 그런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오늘을 넘기겠다. 오늘은 나의 비밀을 마주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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