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라고, 늘 기다리고만 있지 않나요?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육아를 하며 집에 있으면 사실 쳐지기 쉽다. 부정적인 생각도 자주 들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인생이 애 키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해 마음이 허할 때가 정말 많다. 그런데 그런 시간의 끝이 어딘지도 가늠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앞으로 걸어가고 심지어 나의 아들, 딸도 무럭무럭 커가는데 나 혼자 웅크리고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된 듯할 때. 그런 감정들을 다스린다는 게 엄마의 일 중 가장 힘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이가 어릴 때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육아에 정신이 팔려 이런 생각이 좀 덜 하는데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에 가고 나도 나만의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주위에 사람은 또 왜 이리 없는지 막막해진다. 그럴 때 만약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하다면 엄마가 정신줄을 제대로 잡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심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곁에 있는 사람이라곤 가족, 그것도 남편이 유일한데 그 관계가 자꾸 삐걱거리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정말 슬퍼 눈물이 난다. 나도 그럴 때가 많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외롭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외롭다고 말하기는 정말 싫다. 왜 일까?









그래서 늘 바라기만 한다, 늘 기다리기만 한다. 생각해보면 남편의 모습은 신혼 때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남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진 게 더 맞다. 같은 일을 받아들일 때도 마음의 여유, 내 안의 사랑이 넘칠 때는 부드럽게 넘어가도 그렇지 않을 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처를 키우기도 한다. 남편의 연락이 오길, 나를 한 번 더 안아주길, 내 수고를 조금 더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길 그리고 전처럼 많이 사랑해주길.








어제저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이를 재운다고 솔이와 나란히 눕고, 남편은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간다고 작은 방에서 잔다며 인사를 하는데. 남편의 눈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서글퍼졌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슬펐다. 우리가 따로 아침을 맞이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 된 것도 슬펐고 저 큰 침대를 나 혼자 쓰는 게 점점 편해지는 것도 슬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 마음 좀 알아주지...







그렇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솔이를 재우고 혼자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쓸데없이 휴대폰을 만지다, 다시 남편에게로 갔다. 그리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고 같이 있었다.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사랑도 나눴다. 그리고는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못 자겠다며 다시 침대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아마 어제저녁 그런 슬픈 마음으로 잠이 들고, 그런 날들이 반복된다면 나는 더욱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쓴다. 혹시 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혹은 가족에게, 남편에게 전할 사랑을 마음에만 담아두고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면, 이제 그만 그 아픈 마음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라고 말하고 싶다. 자존심 때문에, 뭐 상대도 날 원하지 않는데 하는 어린아이 같이 뾰족한 마음 넣어두고 그냥 먼저 손 내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 날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행복이 나중에 오길 바라다가 지친 지 오래기 때문에. 그냥 오늘 사랑받고 사랑하고 기분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다. 육아맘은 더욱 그래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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