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을 아시나요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남편과 솔이가 잠든 시간,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등이 깜빡깜빡 거려 남편 중학생 때 쓰던 스탠드 등을 켜고 있다. 전등 안정기 좀 손 봐달란 말을 두 달 전부터 하는데 남편은 메멘토 영화라도 찍는지 매일매일 리셋 중이라 내 말은 늘 들어도 까먹는다.



마음이 뒤숭숭해 밖으로 나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거울에 비친 내 납작 가슴이 스쳐지나간다. 전부 모유수유 탓만은 아니겠지만 완모를 달성하고 나니 '아스팔트 위 빗방울'을 메달로 받은 기분이다. 자꾸 보니 나름 섹시해 보일랑 말랑 하지만, 임신 출산을 겪으며 이처럼 내 몸은 격변을 경험했다. 그런데 또 둘째? 아마, 이번에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유두마저 함몰되어 흔적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농담처럼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진심이다. 어제 처음으로 임태기를 확인했고,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확인서를 받았다. 임신 초기, 다행히 자궁에 건강히 아이 집을 잘 지었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좋아 타워 주차해주시는 아저씨한테 꽃미소를 날리기도 했다. 어제오늘 중에 유일하게 웃었던 시간.



사실, 올해 초부터 둘째를 계획했었다. 결혼 전부터 자녀계획에 욕심이 있었고 (뭐 모를 때입니다) 솔이도, 나도, 남편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에 둘째를 열심히 계획했었다. 열심히 했는데, 숙제하듯, 정확하게, 그리고 열을 다해 열심히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초반에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남편도 나도 서로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둘째 생각은 멀어지고, 우리의 관계도 멀어졌었지.



그렇게 무더위가 찾아왔고, 나는 요가에 재미를 붙이고 일 년 가까이 잘 다니고 있고 9월에 지도자 자격증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전에 두 달 열심히 운동해서 바디 프로필 한 번 찍고 넘어가겠다고 요가하며, 헬스 하며 그렇게 뜨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사이 소원했던 우리 부부 사이도 다시 뜨거워졌다. 아마 부담감이 조금 가셔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따란.

둘째가 생겼다. 요 며칠 생리증후군처럼 기분이 오락가락했고, 가끔 요통도 있었고, 특히 한 일주일 가량은 너무 더운데 오한이 들어 에어컨을 틀고 겨울이불을 덮고 잤다. 한 며칠은 두통이 오기도 했고, 물구나무서기를 10분씩 하고 내려오면 골반이 뻐근했다. 머리 감는다고 허리를 숙이면 꼬리뼈(?)가 생전 처음 아프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둘째가 생겼고, 내 삶의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되었다.



둘째를 원했고, 나름 간절하기도 했는데 막상 임테기 두 줄을 보니,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경산모이기 때문에. 즉, 다 알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나의 시간들. 아스팔트 위 빗방울이 된 나의 가슴이 모든 것을 기억나게 했다. 나는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데 _ 이제는 그 생각이 의미가 없다. 이미 나는 레일 위, 출발선 앞에 서있다. 흐흐 흐흐흐



이런 마음 때문에 아직 남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비록 블로그에 가장 먼저 기록했지만, 여기는 아직까지 내 마음을 꾸밈없이, 숨김없이 편안하게 담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라도 털어놓아야 했다. 물론, 더없이 기쁘다. 솔직히 말하면 솔이에게 형제자매가 생긴다는 것이 가장 기쁘고 남편과 나를 닮은 또 다른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사실에 또 기쁘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내 삶이 더욱 성숙해질 기회라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더없이 기쁘고 더없이 흔들림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조금 두렵다. 가끔 인생에 연습이 없다는 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엄마가 되어가는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다. 나는 후회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지난날들은 후회도 너무 많고, 실수도 너무 많고, 부끄러운 일들도 너무 많다. 가끔 20대를 생각하다 소스라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 안돼 다시 돌아갈 순 없어 '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남들이 보면 뭐 대수롭지도 않은 일들이 내 마음에는 그렇게 큰 상처와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엄마가 되고, 부모가 되는 일.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일, 아이를 사랑하는 일. 이렇게 소중하고 또 소중한 일들 역시 나는 엉망진창 망진 창, 실수투성이 일 때가 많았다. 후회하는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그래도 절대 멈출 수 없고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부모라는 길이 너무 험난하기도 해 많이 울었다. 대신 더 많이 웃고 성장했지만, 과연 또 하라면 잘할 수 있을까?



둘째는 그런 물음과 같이 내게 온 아이다.



아직은 혼자만 알고 있고 싶다. _ 아무도 모르는 이 감정을 나만 오롯이 느끼고 싶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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