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우리 부부의 다툼 중, 90%는 나의 짜증에서 시작된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남편 바지를 수선하다 말고 솔이가 낮잠에서 깨 바늘도구를 치우는데, 선반위에 올리는 순간 전등이 뒤로 넘어가 와장창 다 깨졌다. 선반에 왠 전등? 남편이 전등을 갈겠다고 빼놓은 것이다. 그런데 확인도 안하고 마트에 가서는 엉뚱한 걸 사와 우리집에선 쓸모가 없는 새 전등이 선반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몇달 전 일이라 나도 어렴풋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게 전등을 깨먹고 나니 주체할 수없는 짜증이 밀려왔다.
아니 전등을 확인도 안하고 사와서 돈을 버릴 것 또 뭐고, 안쓰는 새 전등은 안전한 곳에 치워둬야지 뭐든 제자리에 안놔두는 저 습관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런 남편 때문에 내가 전등까지 깨먹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되자 정말 오만 짜증이 밀려왔다. 그 발 밑에 찜찔팩이 걸리는데, 이런건 또 왜 사서 간수도 제대로 안하고 뒤치닥거리, 정리만 내가 하게 되는 건지 열불이 터져서 찜찔팩을 집어던져 버렸다.
솔이가 엄마가 왜 ? 라고 묻는데 그냥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해버렸다. 그 사이 남편은 솔이랑 같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은지 샤워를 하면서 떼를 밀고 있다. 떼 미는 소리에 남편 콧노래까지 들리자 짜증이 열불로, 열불이 화딱지로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개운하게 나온 남편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면서 나는 추어탕을 먹으러 가버렸다. 남편은 추어탕을 못먹는다. 알게 뭐람.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어제 일요일 저녁, 솔이 목욕까지 시키고 늦게 나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남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솔이랑 책을 읽어주는 것도 힘에 부쳤는지 솔이도 씩씩거리며 방에서 몇번 나오고 남편도 아예 운동하는 내 옆에 솔이를 두고 화장실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헥헥 운동하며 솔이랑 핑퐁 대화를 주고 받는데, 내가 잘 준비까지 다 했는데 잠깐 솔이를 못봐주나 싶어 짜증이 났지만 일단 참았다. 따라해야 하는 운동 동작이 만만치 않아서 그런거 오래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마무리 운동으로 물구나뭇 서기를 하는데 사진을 찍어달래도 찍는 둥 마는 둥, 시간을 재달래도 (마침 아이패드가 밧데리 off) 하는 둥 마는 둥 분명 나한테 짜증이 난거였다. 아마 솔이를 못재우고 있는데 나는 늦은 시간에 열내고 운동하고 있으니 짜증이 났겠지. 자기도 회사 갈 준비도 해야하는데 기다리는게 싫었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는데, 나도 같이 짜증이 나서 더 농도 짙은 짜증을 내버렸다. 그리고는 얼른 솔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휙 _____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남편이지만 내가 요즘 부쩍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고 있다는 생각. 뭐 별건 없다. 짜증이 나니까 짜증을 내는거고 참을 이유가 없으니 안 참는건데, 짜증이 잦아지니 자주 싸우게 되고 자주 싸우니 나는 더욱 외롭당 ㅠㅠ
도대체 뭐지, 나는 왜 이렇게 짜증만 부리는 아내가 됐을까?
기본적으로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된 것을 아닐까? 남편의 모습을 원래 내 마음에 안들지만 내가 봐주고 있는거야 ' 이런 생각. 그러니 평소 기분좋을 때는 그냥 저냥, 내가 하지 뭐 ~ 남편은 원래 그렇지 뭐 ~ 하고 넘어가다가도 요즘처럼 내 컨디션이 안좋거나 날이 선 날이면 폭풍 잔소리, 짜증이 나는 건 아닐까? 왜 맨낼 이런식이야 허니는 !!!! 이러면서 ㅠㅠㅠ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것도 프로젝트화 해야겠다. 하루 하루 성공하면서 하루 하루 짜증을 덜 내는 일상을 만들 수 있도록 ㅠㅠㅠ 오늘 글은 뭔가 짜증이 가시질 않는다. 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