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식탁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우리 남편이 제일 많이 하는 집안 일은 설거지다. 내가 요리가 서툴고 그릇도 많이 내고 벌리는 스타일이라 매번 싱크대가 설거지 거리로 가득하면 남편은 티없이 설거리를 한다. 처음엔 어설펐는데 남편도 육아 4년차가 되니 이제는 제법 손이 야무지다.








남편이 두 번째로 자주 하는 일은 주말 아침 차리기다. 나는 평일에도 솔이랑 같이 늦잠을 자는 편인데, 주말에는 더더욱 마음 놓고 잠을 잔다. 솔이가 깨어나도 남편이 있으니까 하는 믿는 구석 때문인지 주말 아침은 거의 남편이 차린다. 남편은 평일에도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데 주말에는 억울하게도 습관적으로 우리 가족 중 제일 먼저 눈이 떠진다고 한다. 또 남편 스타일이 닝기적 거리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휴대폰을 만지던 몸을 풀던 어쨌든 주말 아침에 일어나보면 남편이 자리에 없다.


이번 주말을 그런 남편이 저녁을 차리게 됐다. 내가 솔이랑 놀이터 나가서 울고 불고 하는 사이.









솔이 구워주려고 아껴두었던 고기를 과감히 꺼내 소고기 무국, 미나리 무침을 차렸다. 남편은 나보다 요리는 더 서툰데 아이러니하게도 맛을 기똥차게 낸다. 아마 레시피를 충실히 따르는 요리법 그리고 재료에 호불호가 강해 좋아하는 것만 많이 하는 나와 달리 허니는 요리의 완성도에 보다 중점을 둬서 그럴 것이다. 무튼 맛있다. 남편 요리는. 내가 하는 요리 말하고는 다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편이 하는 요리는 정말정말 맛나다.











솔이가 늦은 낮잠을 자고 남편과 밥, 국, 반찬 몇가지를 꺼내 지는 햇살을 받으며 저녁을 먹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음식도 맛있고, 내가 맛있게 먹으니 남편 기분도 좋고. 행복한 시간. 때때로 나는 남편 저녁 준비, 솔이 식사 챙기기가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도 어떤 요리든 해서 솔이랑 남편 저녁을 준비해야지, 그러자면 아침 운동, 글쓰기 그리고 빈둥대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괜히 집안 일을 하며 남편 한테 투덜대기도 한다. 빨래 좀 세탁기에 갖다 넣으라고. 당신 빨래 찾아다니는게 내 일이 되버린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면서 집안일, 요리 전반적인 가사 일의 귀찮음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님을 안다.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우리 모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한다는 걸. 지금 내 자리가 이것임을 잘 안다. 또 맛나고 건강한 식사를 가족이 다함께 할 때면 나도 누구보다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내 마음이 위로라도 받는 듯, 남편의 맛있는 저녁 한 상이 너무 고맙다. 솔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서 이 소고기 무국에 든든하게 한 끼 챙겨줄 생각하니 그것도 너무 좋다. 남편이 주말마다 아침도 저녁도 차려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 오늘 글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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