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래야만 했다.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지난 주말 부산 시댁에 갔다. 다섯 살이 됐으니, 진짜 언니가 됐으니 엄마 아빠 없이도 할머니 댁에서 지낼 수 있다는 솔이의 말을 핑계 삼아 시댁으로 갔다. 그리고 어제저녁 정말로 솔이를 시댁에 맡겨두고 남편과 단 둘이 서울로 올라왔다. 솔이의 생애 첫, 홀로 여행. 나의 첫 육아 분리 여행. 그리고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첫 일주일.



솔이를 낳고는 시부모님과 사이가 많이 틀어졌다. 언젠가 육아상담 프로그램에서 한 엄마의 울음 섞인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육아를 하면서 자기 안에 너무 어리고 약한 작은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런 자신을 마주하며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



아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솔이를 낳고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가 않았다. 마음속에는 태풍이 휘몰아치는데 나는 작은 잎사귀 하나 흔들 지리 않는 나무처럼 엄마가 되어가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다른 가족들에게도 상처를 많이 냈다.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이 시부모님들이다. 마음이 작아지고 약해지니 모든 일들이 서러웠다. 그래서 부모님들이랑 잘 지내지 못했다.



타지에 살기도 했지만 여유가 되시고, 늘 손녀를 보고 싶어 하시는 시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서도 이렇게 애를 잘 키우고 있으니 그만 간섭하시라고 은연중에 버티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4년 동안 한 번도 솔이랑 떨어진 적 없었는데, 이상한 오기로 솔이를 키웠는데 불현듯 나는 솔이를 시댁에 맡기고 왔다.


꼭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남편과 다툰 이후, 나는 생각했다. 그날 내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 우리 부부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남편 성격상 그날 일은 그냥 그날 일로 끝났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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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이렇게 안 살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 못 하겠지만 나는 지금 꼭 멈춰 우리 부부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지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긴 여정 속에서 우리가 가지는 이 서러운 동지애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할 테지만, 그래도 꼭 사랑한다고 다시 말하고 싶었다. 오롯한 시간 속에서. 그래야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 아빠 잘 가, 엄마 아빠 가지 마 오락가락하는 솔이를 시댁에 맡겨두고,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왔다. 당장 솔이가 없는 집에 남편과 단둘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만 고마움과 감사함만 생각하며 이번 주를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당신과 내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해 이 레이스를 시작했는지, 그리고 여전히 나는 당신을 뜨겁게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다고 전할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시 약속할 것이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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