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쪽이 되었구나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새벽 한 시, 혼자 드라마 보좌관을 보고 난 뒤 화장실 _ 거울 속의 나.


흔적만 남은 가슴, 주 5일 열심히 복근 운동해도 주말 하루 세끼 챙겨 먹으면 도로아미타불 뱃살을 마주하는데도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 남편이 돌아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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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다시 반쪽이 되었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일주일, 삼일은 세상 혼자 남겨진 듯 외롭고 위태로웠지만 절반을 버티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혼자서 (솔이랑 둘이서) 나름 씩씩하게 잘 지냈다. 삼일 째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할 때는 무슨 생각으로 '돌아오는 날 봐~' 이렇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솔이와 잘 지내려면 양질의 수면이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닫고 출장 삼일부터는 솔이 재울 때 무조건 같이 자버렸다. 처음엔 9시, 그다음엔 8시, 그다음엔 늦은 10시. 이렇게 잘 자고 다음 날 기분 좋게 운동하고 에너지 넘치게 하루를 바삐 보내니 남편의 빈자리는 이미 잡초가 무성히 자란 듯 그렇게 허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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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날들에 익숙해질 때쯤 남편이 돌아와, 나는 다시금 반쪽이 되었다. 그러니 이 새벽에 흔적만 남은 가슴을 보고도, 그 가슴을 애처롭게 붙들고 있는 팔뚝살을 마주하고도 나는 웃음이 나왔다. 집이 시끌시끌 하니, 김수 다님이 돌아오신 게 분명하다. 시차 적응을 잘 한 건지 솔이랑 같이 잠든 남편을 뒤로하고 나는 이정재를 보러 나왔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인지, 아니면 밤이 너무 깊어서 인지, 아니면 불을 다 꺼놓고 드라마를 봐서인지 오늘따라 이정재가 내 남편을 왜 이리 닮은 건가 싶기도 하다. 눈웃음은 우. 리. 남편이 한 수 위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그렇게 다시금 반쪽이 되었다. 지난 금요일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열심히 다리 운동만 했더니 (헬스장 적응 중) 주말 내내 다리를 쓰지를 못하게 되었다. 나름 자극 점을 잘 찾아서 이렇게 하반신 마비가 된 거겠지 위안 삼으면서도 몸은 만신창이다. 그런데도 남편이 오니 기분이 좋아 이유 없이 서성이며 앉았다 서서를 반복한다. 내가 남편을 이렇게나 사랑했던가. 아니면 너무 외로워 그런 건가. 사람이 고프면 이럴 수도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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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혼자서 힘들게 육아를 했을 나를 위해 (솔직히 독박 육아라는 말은 쓰기가 민망하다. 솔이를 키웠다기보다는 그냥 싸우기만 한 듯한데) 선물을 사 왔다. 여행 중에도 나를 닮은 꽃을 찍어 보내는 둥, 구애를 펼치더니 역시나 가방 한 가득 내 선물을 사 왔다. 신발, 향수, 화장품 그리고 소소한 기념품까지. 심지어 딸 선물은 하리보 젤리 세 봉지가 전부이다. 외국에서 만든 하리보는 성분이 다르다나 뭐라나 ㅎㅎㅎ 무튼 돌아온 허니는, 그리고 돌아온 캐리어는 나를 웃게 했다.




남편이 내 발 치수를 물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선물 보따리를 푸는데 신발 상자가 눈에 띈다. 상자를 여는 순간, 나는 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남편의 안목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남편은 남편이 좋아하는 신발을 사 왔다. 사실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신발이었지만 신발을 신고 거울 앞에 서 말했다. ' 어~ 너무 편하네 :)'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내 말에 대답했다. ' 보자마자 달링 신발이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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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남편의 말이 들리는데 너무나도 귀엽고 우스웠다. 다시 반쪽이 되어, 우리가 됨을 느끼게 해 줬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삐걱댔었지 ㅋㅋㅋㅋㅋ

신발이 가죽신발이라 일단 여름은 잘 넘길 수 있을 거 같은데 가을 겨울이 오면 어떻게 할까 고민은 된다. 내가 자주 안 신으면 분명 마음에 안 드는 걸 알 텐데, 그렇다고 효자 신발 같은 신발은 정말 신고 나가기 싫고... 남편은 또 금방 까먹으니까 일단 눈에 안 띄는 곳에 넣어두어야겠다. : )



남편의 마음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날이다. 그리고 남편이 골라온 향수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쏙 들었다. 역시 오감이 발달한 특히, 후각이 음 남편은 개코다. ㅋㅋㅋㅋ 개코 남편 덕분에 인생 향수 하나 생겼다. 그리고 양가 어른들,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남편이 고른 작은 선물 하나하나까지. 그러고 보니 남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뭐라도 좀 사지 했더니 자기는 많이 보고 여유를 즐겼다면서 허허 웃는데 새삼 내 남편이 너무 멋지고 괜찮은 사람 같다. 이정재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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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너무 눈이 멀어서 그런지 오늘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은 날이다. : ) 새벽 한 시에 다시 글을 쓸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오늘을 기념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나는 다시 반쪽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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