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오늘 헬스장 등록을 하고 왔다. 요가 수업 마치고 곧장 가서 등록을 하고 운동을 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Sometimes, later becomes never. Do it now라는 말을 마음에 꼭 품고 헬스장 등록비를 이체하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하며 결국에는 회원이 되고야 말았다. 얼굴 인식 사진도 찍었고 지문 등록도 했다. 나는 이제 일요일 빼고는 일주일에 여섯 번 그 헬스장을 갈 수 있다. 갈 수는 있어도 과연 매일 지문 인식을 할지는 사실 모르겠다.
나는 헬스장을 등록해서 끝까지 다녀본 적이 없다.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운동 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사실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러닝머신만 열심히 뛰다가 오곤 했는데, 러닝머신을 아무리 뛰어도 살이 안 빠지니 헬스장에 가는 의미가 없어 안 갔다. 맞다. 나는 헬스장 체질이 아니다. 오히려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건 아주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할 수 있다. 그렇게 플랭크도 한 달, 물구나무서기도 한 달 넘게 해오고 있다. 홈트 하려고 집에 문짝만 한 전신 거울도 사서 거실에 떡 하니 뒀다.
그런데 그런 내가 헬스장을 등록했다. 또 등록해놓고 돈 아깝게 안 갈까 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늘은 그 고민을 그만뒀다. 그냥 등록했다. 요가 학원 왕언니가 열심히 운동해서 쉰이 되기 전 마흔아홉에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등록을 해버렸다. 생각해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냥 가서 등록하고 운동하면 그만인 것을.
스스로 잘해 낼 자신이 없어서 인 것을, 쓸데없이 고민하고 있었다니.
등록 한 첫날, 등록할 생각에 ( 결심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워 ㅋㅋㅋ) 너무 들떠 신발을 안 챙겨갔다. 그래서 맨발로 운동을 했다. 막상 등록하고 헬스장에 들어가니 정신없는 사거리 또는 오거리 신호등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삐 움직이는 차들 사이에 가만히 서 있는 그런 기분. 사람들 모두 다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도통 나는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처음부터 데드리프트를 맨발로 할 수도 없고, 인스타에서 본 힙업 운동 기구, 뭐 오가며 봤던 기구를 무작정 하자니 겁까지 났다. 어쩌지 나는 요기니, 요가만 열심히 했었는데...... 헬스장에 오니 빙구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일단 아무 운동기구에나 누워 집에서 하던 레그 레이즈를 했다. 집에서는 유튜브 보고 조금씩 하던 게 다인데 왠지 여기서는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무슨 생각에선지 레그 레이즈 100개를 해버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이 정도야 뭐, 그리고 다시 외출용 슬리퍼를 끌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운동기구 설명서를 읽고 하라는 대로 했다. 그래서 레그 익스텐션, 업 도미널이라는 운동기구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운동기구 세 개쯤 옮겨 다니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 옆 요가실로 들어갔다.
요가 매트를 깔고 원래 하던 유튜브 운동이나 해야지, 그래 헬스를 등록하는 게 아니었어, 뭐하러 어차피 집에서 하는 운동만 할 껀데 돈까지 썼담 ㅠㅠㅠㅠㅠㅠ 폭풍 후회를 하고 배를 깔려는 순간. 띠로리 ~ 왕언니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맨발인 나를 보며 몇 가지만 알려주겠다고 불렀다. 띠로리 ~
언니랑 같이 운동을 하며 나도 프로필을 찍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러려면 피티를 끊어야 하나 아님 언니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 친하지 않은데 ㅠ 인사만 하는 사인데 ㅠ) 뭐 그런 생각들로 사실 불안하긴 했었다.
왕언니가 헬스장을 한 바퀴 훑어줬다. 각 기구마다 하는 운동, 운동법, 사용법 그리고 내게 필요한 운동들. 어찌나 든든하던지, 이전에 들었던 잡념들이 다 사라지고 그냥 한 번 해보자 라는 용기까지 들었다. 사실 내 목표는 8월 말, 그러니 7,8월 두 달 안에 몸을 만들어 프로필을 찍고 9월부터 시작되는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는 것이다. 둘째는 일단 생기면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둘째가 내가 마음먹으면 바로 생기는 줄 알고 미룬 일들이 많다. ( 지금 생각해보면 둘째 자녀 계획이 핑계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제 그런 생각은 그만두고, 무슨 일이든 시작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다.
간단하게 헬스장 이용법을 안내받고 나니 그렇게 기분이 업 될 수가 없다. 내일 운동화를 신고 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로 하고, 다시 요가실로 돌아와 (나의 스위트홈) 원래 하던 운동과 물구나무서기까지 클리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운이 뿜 뿜 나서 요가 아사나 공부까지 하고 밥도 아주 많이 먹었다. 무언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잊어가고 있었는데, 너무 좋다.
계획한 대로, 목표한 대로 이번 여름을 헬스장에서 뜨겁게 보내봐야지. 남편한테 말 안 하고 열심히 해서 서프라이즈 복근을 보여주고 말 테다.
김뚱 땡이 기다려라. 나 오늘 헬스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