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거북이 밥이 새로 왔다. 집에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 솔이의 재작년 크리스마스 선물. 이름은 김 거북이다. 거북이를 돌보고 관리하는 건 주로 남편의 몫인데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라 우리는 가끔 남편을 거북이 아빠라고 부른다. 거북이 아빠가 거북이 밥 떨어지기가 무섭게 쿠팡에서 새 거북이 밥을 주문했다.


조용한 거실에 앉아 있으면 졸졸졸 어항 여과기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둘째는 여과기 소리를 듣고 자라고 있다. 오늘은 저 거북이 이야기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솔이도 둘째도 잠든 평온한 밤이다. 거북이 아빠는 솔이 재우러 들어가 또 기절한 모양이다.


이마트에서 작은 수조에 거북이 두 마리를 집으로 데려 왔을 때 남편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는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오빠랑 거북이를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솔이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물도 자주 갈아주고 밥도 부지런히 챙겨주고 솔이랑 이름도 지어주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허니 눈에는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의 '덜' 전문적인 모습에 말이다.



남편은 일단 어떤 일을 시작하면 부수적인 장비가 많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달랑 수조 하나 가지고 거북이를 키우려는 내가 탐탁지 않았을 테다. 후로 남편은 아주 커다란 수조에, 여과기에, 히터에 조명에 일단 필요하다고 하는 모든 장비를 다 샀다. 그랬는데도 다음 해 설날 시댁을 다녀오니 거북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남편은 그날 밤 죽은 거북이를 데리고 나가 솔이 어린이집 앞 나무 밑에 묻어주고 왔다. 나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남편은 마음 아파했다. 가끔 왜 저렇게까지 순수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남편은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왔고 나는 그 반대다.



그날 이후, 남은 거북이에 대한 애정이 특별해졌다. 매 달 거북이한테 드는 돈이 늘어났고, 몸집이 커지는 수조 청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거북이는 전적으로 남편 몫이 되어 갔다. 퇴근하고 돌아와 솔이 챙기고 늦은 밤 혼자서 거북이 집 청소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뭔가 미안하기도 했다. 괜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거북이를 사 와서 고생만 하네 싶은 마음에. 그러면서 이제라도 방생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왜냐면 남편의 특별한 애정이 가끔 부담스럽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이 터졌다. 전날 여과기 소리가 너무 거슬려 껐다 켰는데 다시 켜지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했을 때 뿌연 거북이 물을 보고 무슨 일이냐 물어 이러이러했다 말하니 아주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친절하게 말했다. 여과기가 오래돼서 고장 난 거라고, 그 순간 나는 거북이를 키우는 일이 그 누구에게도 즐거움이 아님을 알았다.



다음 날 더 업그레이드된 거북이 장비가 집에 배달되어 왔고, 늦은 밤 남편은 거북이 집 청소를 끝내고 새로운 장비를 장착하며 말했다. 이제 이수조도 작으니 더 큰 걸 사야겠다고. 그 말에 이번에는 내가 짜증 난 얼굴로 짜증스레 말했다. 그럴 거면 방생을 하던지 다른 방법을 찾자고. 더 큰 수조도 싫고 무슨 수족관을 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장비만 늘리는 게 싫다고.




그날 우리 부부는 정말이지 처음으로 '부부싸움' 다운 싸움을 했다. 사실 시부모님들 문제도로 이렇게 날 세워 서로를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거북이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할퀼 듯이 바라보았다. 심지어 솔이를 가운데 두고서 말이다. 나는 정말 싫었다. 하루 온종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싫고 장비며 뭐며 공간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마땅히 놔둘 공간이 없어지는 것도 싫다. 거북이 청소한다고 낑낑대며 한 번씩 볼멘소리 하는 남편을 마주하는 것도 미안하고 싫다. 가정에서 키우는 거북이가 이렇게까지 전문적이며 갖출 거 다 갖춰가며 키워야 하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가 싫었다. 거북이를 키우는 게 즐겁지 않고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이 상황이 싫었다. 똥을 너무 많이 싸서 물이 더러워진다는 남편의 말을 들은 뒤로는 거북이 밥도 안 주고 심지어 남편 고생할 까 봐 만삭에도 거북이 수조 청소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또 거북이 집을 더 키우겠다고?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걸까, 짜증에 짜증이 나 한 발짝도 물러서기 싫었다. 표현은 방생이었지만 솔직한 말로는 갖다 버려가 정확한 메시지였다. 남편도 그걸 알았으니 그렇게 날 세워 반박했겠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겠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아주 인정머리 없는 냉혈한이라고 쏘아댔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사실이니까, 나는 지금 당장 저 거북이를 갖다 버린다 해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테다 싶은 마음으로 남편이 얼마나 쓸데없이 지나치게 그것도 자기 욕심만 채우며 거북이를 키우고 있는지 말했다.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미안함과 부담을 주고 있는지 쏘아붙였다.



싸움도 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니 싸움도 엉망이다. 거북이 한 마리에 접시가 깨진다. 솔이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불을 켜고 싸우기는 처음이고 더군다나 그 주제가 솔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김 거북이이다. 하 _



부부 문제로 티브이에 나온 어떤 아내가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혼을 하네 마네를 결정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소변볼 때 변기 뚜껑을 올리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꼭 뚜껑을 내린 채로 소변을 본다고, 그건 나를 무시하는 거라며 여자는 분노했다. 그걸 보면서 뭐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걸로 싸우나 싶었는데 김 거북이 때문에 열낸 우리를 보니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구나 싶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분노한 서로가 민망해서 우리는 결론도 짓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솔이 씻기러 들어갔고 남편은 뭘 했는지 몰라도 솔이를 다 씻기고 재우고 나왔을 때는 다 타버린 재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 그 시간 동안 남편도 나도 생각할 시간을 가진 거겠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말이다.




나는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더 이상 장비며 수조며 키우지 말고 지금 있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거북이를 키우자고 말했고 남편은 괜한 스트레스로 싸움이 된 거 같다며 내일 백운호수에 거북이를 방생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서로 상대방의 의견이 맞다고 침착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마주 보지 않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갈 때쯤 남편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는 정말 달링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그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내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고?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싸움이 시작되겠구먼. 나비효과. 부부싸움이란 의미 없는 나비의 날갯짓에서부터 시작해 말도 안 되게 끝나지.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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