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모서리에 기대어 앉아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싱크대 모서리에 기대어 앉아, 뚜뚜 분유를 주문했다. 솔이 싸이 펜도 주문하고 남편이 말한 혀클리너도 장바구니에 담아 같이 결제했다. 이번 달 월급 들어온 지 이제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쿠팡에 대한 충성심인지 거의 쏟아붓고 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싱크대 모서리에 기대어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오늘 하루가 이렇게 끝났음에 감사한다.


오늘은 남편이 뚜뚜를 재우고 내가 솔이를 재웠다. 낮에 샤워를 한 솔이는 양치질만 나와 같이 하고 방에 들어가 책 두 권을 읽고, 발 마사지를 받으며 잠이 들었다. 엄마 마사지는 너무 찐뜩하고 강하다며 아빠한테 다시 받겠다는 말을 하며 잠들었다. 땀이 난 건 내 손이 아니라 솔이 다리인데도 엄마는 너무 찐뜩하다고 짜증을 부렸다. 그렇지만 귀엽다. 매 순간 귀엽다. 내가 하루 중 유일하게 찐 웃음을 짓는 순간은 솔이와 함께 하는 순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화를 잘 못 다스려 그렇지 나도 솔이가 내 딸이라서 너무너무 좋다.







남편은 뚜뚜를 힘들게 재우고 나와, 진이 빠진다는 말을 뒤로 하고 곧장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마치 내 모습 같다. 나의 매일매일이 그러한데 그걸 보고 있노라니 무감각해진다. 그러면서 샤워를 하거나 이렇게 싱크대 모서리에 잠시 기대어 있으면 괜찮아진다고 말해주려다가 말았다. 샤워하고 나오면 알 텐데 뭐.






오늘은 정말 마음이 바쁘고 뭔가 잘 안 되는 날이었다. 둘째 뚜뚜 첫 이유식 시작 날이기도 했고, 요가 수련을 안 가는 일요일이라 오후 내내 화상으로 동기들이랑 같이 수련도 했다. 그런데 어제저녁에 요가매트 체험단 글을 쓰느라 늦게 잤더니 아침부터 비몽사몽 했고, 일들이 자꾸 꼬였다. 그 와중에 솔이 아침, 점심밥을 제대로 못 챙겨줬고 날은 너무 더웠다. 뚜뚜 낮잠 시간이랑 요가 수련시간이랑 겹쳐 뒤늦게 합류해서 몸도 못 풀었고, 멀쩡하던 어깨도 손목도 아팠다. 그냥 하기가 싫었다. 나 역시 아침부터 공복이라 수련까지 하고 있으니 머리가 핑핑 돌고 물 한 모금이 간절했는데 사실 아쉬탕가 수련할 때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러니 진이 빠질 수밖에.



그렇게 예민한 상태라 그런지 작은 거 하나하나 다 눈에 거슬렸다. 집안일이 쌓이고 쌓였는데도 말 안 하면 뭐 하나 치울 생각 없는 남편한테도 온종일 화가 났고, 운동하느라 놀아주지도 못하고 혼자 노트북으로 레이디 버그를 보고 있는 솔이의 뒷모습을 보니 괜한 죄책감도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여차여차 5시가 넘어 수련이 끝났고 얼른 고등어 구워 멸치, 무나물 담아, 어제 끓인 콩나물국 담아 솔이 입에 한 숟가락씩 먹여주고 보니 그제야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징글징글 하지, 그놈의 밥. 그런데 나는 그렇다. 솔이나 뚜뚜가 배고파하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안 좋다. 얼른 뭐라도 해서 든든하게 먹여주고 싶고 그렇지 못하면 안달이 난다. 내 자식 배곯아하는 게 그렇게 애가 쓰인다. 빵, 떡 이런 거 안된다. _ 고등어 얹어 밥 한술 먹는 솔이를 보자니 ( 실제로 내가 생각한 만큼 배가 안 고팠는지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도 )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솔이 밥이 줄어갈 때쯤 밥 한 그릇을 떠 와 나도 첫끼를 챙긴다.



나도 배가 든든해지니 그제야 하루 종일 팽팽했던 내 몸과 마음이 풀어진다. 솔이가 아무렇게나 그려준 보물 지도를 보고도 보물을 찾으러 나설 힘이 생긴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밥 다 먹고 옥동자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있게 된다. 하 _ 인생이 뭐 이렇게 소인배스러울까?



남편은 그 뒤로 계속 뚜뚜를 챙겼고, 나는 솔이를. 그렇게 두 아이를 재우고 싱크대 모서리에 기대어, 적막과 어둠 속에서 오늘 하루가 끝났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김윤아의 Going Home을 흥얼거리며 뚜뚜 젖병을 씻고 진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되어 가는 일은 매 순간은 낯설고 힘이 든다. 낯설고 힘이 드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 에너지, 사랑이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지만)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은 익숙해지지 않는 성장통이 있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육아일기는 나의 성장통 기록일 테지.








아, 오늘 끝. 내일 또 정신 바짝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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