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이게 다 도다리 때문이겠지, 혼자서 몇 번을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때문에 라기보다 도다리 덕분이랄까? 뚜뚜가 이렇게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건 뚜뚜를 향한 우리 모두의 사랑 덕분일 테지만 무엇보다 그 시작은 도다리 회가 아녔을까?
뚜뚜 앞으로 온 생애 첫 우편물을 영유아 검진 안내서였다. 솔이 때는 접종일을 손꼽아 기다려 땡 하면 달려가 주사를 맞히곤 안도의 마음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심지어 그런 일들이 얼마나 큰 이벤트였는지 남편은 대체로 솔이 접종일에 반차를 쓰고 같이 보건소엘 가 솔이 허벅지를 같이 붙잡곤 했었다. 그런데 뚜뚜는 도대체 왜 이렇게 빨리 2개월이 되고, 4개월이 되고 벌써 6개월 차 접종이라니. 내일 가야지 내일 가야지 하다가 지난 주도 놓치고 이번 주도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소아과엘 다녀왔다.
다행히 독감주사도 맞을 수 있어 영유아 검진도 하고 독감 주사도 맞고 왔다. 키도 몸무게도 두 번이나 재어볼 만큼 뚜뚜는 많이 자랐다. 간호사는 딱 보기에도 애가 커 보이 긴 한데 이렇게 크면 상위 1%라며 뭔가를 적었다. 나는 좀 크게 태어났다는 말을 하며, 체중계에 누워 배시시 웃고 있는 뚜뚜를 끌어안으며 나도 배시시 웃었다. 잘 크고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영유아 검진 결과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성장 중이고, 일단 키도 몸무게도 큰 아이니,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는 말을 아주 상세하게 들었다. 아기들은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보챈다고 자꾸 먹이면 안 된다고 다행히 뚜뚜는 키도 같이 크기 때문에 정말 검사 필요 부분은 넘어가지만 그래도 '어머니 하루에 1000ml를 넘기지 말라'라고 의사는 반복해서 말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뚜뚜는 그렇게 먹성이 좋은 아이도 아닌데, 나도 억지로 먹이지도 않을뿐더러 억지로 먹지도 않는 아이인데도 이렇게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니, 의사가 하는 말을 빨리 감기라도 하듯 흘려듣고 기분 좋게 진료실을 나왔다.
아까부터 배가 고파 엄지를 빨고 있는 뚜뚜를 태워 집에 돌아오며 생각했다. 이게 다 도다리회 덕분이라고. 어깨가 나가는지도 모르게 너를 안고 어르고 달래고 씻기고 먹이는 그동안의 노고라기보다는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만찬으로 즐겼던 그 도다리 회 덕분이라고.
뚜뚜는 예정일 바로 다음 날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솔이에 비하면 때맞춰 잘 나온 건데도 나는 뚜뚜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더디갔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둘째는 빨리 나온다는 누구한테 들은 건지도 정확하지 않은 말만 믿고 조바심이 났던 거겠지. 임신 마지막 달에는 그저 언제 나오나 이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주어진 만찬에 매우 충실했다. 잘 먹고 잘 잤고 많이 기다렸다.
뚜뚜를 낳는 그날 오전, 남편이랑 쌀국수를 먹었다. 이 문장을 쓰고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그 쌀국수 맛도 참 좋았는데 출산 전 날 먹은 도다리회는 진정한 최후의 만찬이랄까? 그 맛이 너무 좋아 회도 못 먹는 남편과 솔이는 바로 옆에서 미역국만 홀짝이는데도 그게 눈에 안 보일만큼 도다리에 얼굴을 파묻었던 거 같다. 초장 맛으로 회를 먹는 나도 이 회를 먹게 된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나도 축복스러워 셋째 만삭 때도 이걸 먹겠다는 정신 나간 생각도 했었다.
그러한 날들이 까마득해진다. 벌써 뚜뚜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났고 솔이가 누나가 된 지 여섯 달이 지났고 나와 김 허니가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지 180일이 넘었다. 까마득하다. 뚜뚜를 낳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출산 기록을 남기며 울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하루에 이유식을 두 끼나 챙기고 있다. 인생은 이렇게 흐른다.
내일은 얻어 놓은 뚜뚜 옷들을 정리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