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성이 강한 작품 대부분은 원전의 디테일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비교해보는 즐거움을 준다. <호두까기 인형>도 원전이 가진 환상성과 감상성으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영감을 주었다.
인기만큼 무수한 판본이 있지만 절판된 책 중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따로 모아보았다.
리즈벳 츠베르거의 고전적 화풍은 이 작품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충실하게 구현한다. 츠베르거의 <The Nutcracker, 1979>는 극적인 구성과 화려한 색감을 전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담백함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두 세계의 괴리를 극대화시킨다. 이전에 쓴 글로 대신한다.
#호두까기 인형, 어젯밤의 신기루 https://brunch.co.kr/@flatb201/116
익살스러우면서도 기괴한 캐릭터에 능한 모리스 센닥의 <Nutcracker, 1984>는 연극적 분위기가 강조된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 프레임을 적극 활용해 인물의 개성을 강조하거나, 등장인물이 들고 나는 분위기로 챕터가 진행된다. 전형적이지 않은 센닥 특유의 표정을 살펴보는 재미까지 빼곡하다.
주로 동물을 테마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에 활기 넘치는 화풍을 즐겨 구사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The Nutcracker and The Mouse King, 1930>은 고전 동화의 삽화를 주로 그리던 커리어 초기작으로 193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이 빈티지한 밀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우노 아키라의 <Histoire d'un Casse-Noisette>는 단행본 삽화가 아닌 이미지북의 일러스트 중 하나로 알고 있다. 분야 불문 언제나 도드라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그니처는 역시 포스터 작업들이다. 기존의 작품들을 이미지 북으로 묶어낸 작품집에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데르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고전 동화 위주로 필모를 채워나간 체코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개성적인 캐릭터와 다소 음험하기까지 한 펜화들로 고전 동화의 음침한 매력을 유쾌하게 구사한다.
베르코바의 <Der Nubknacker>도 센닥과는 또 다른 짓궂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배경을 생략해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오버사이즈 비율의 인물들이 뿜는 개성적인 분위기가 모험의 흥분을 예고하는 것 같다.
장식적인 구조와 부드럽고 화사한 컬러들로 지루할 틈이 없는 조밀한 이미지들을 즐겨 구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에바 요안나 루빈의 <The Nutcracker and The Mouse King>도 현란하고 복잡다단한 장식성으로 인형의 집 속에 떨어진 느낌을 준다. 단행본이 완역되어 있다.
워낙도 컬러에 탁월한 김진 작가이지만 <댕기>에 <바람의 나라>를 연재하던 시기엔 특히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많이 남겼다. 한여름에 발표된 <호두까기 인형>은 원전 속 한밤중 소동을 사랑하는 이에게 관심을 구하는 투정으로 변주했다. (약간 집착스럽다;;)
보다시피 이 컬러 에스프리는 일러스트에 실사 사진을 붙여 콜라주 느낌을 내려했다. 지금 보면 윙?스러운 단순한 형태지만 구식 출판 의존도가 여전히 높던 당시로선 프로세스의 정형성을 벗어나려 한 작은 시도들이다. 현재의 당연한 PC 작업은 스크린톤 대체에나 간간히 실험되는 정도였었다. 그러나 IT 환경의 발전은 작화와 출판시장에도 동반 변화를 가져왔다. <신명기> 초반 유시진 작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천계영 작가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디바이스와 기법 활용을 시도했다. 이런 시도가 모두 획기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정형화된 일본 순정풍에서 벗어나 작가별 지향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과정이다. 이관된 프로세스는 곧 PC 세대로 교체되며 웹툰 시장의 기반이 된다.
인형처럼 깜찍한 인상의 클라라는 당시 김진 작가의 어시스트라고 한다. 모자이크 처리하니 다소 무섭지만 실제 인물 스냅이라 가려둔다.
@출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 (Nussknacker und Mausekönig, 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