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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Aug 26. 2016

혼자 가야 해, 행복의 퍼센테이지


‘개’란 뭘까? 그저 종의 하나일 뿐인데 언제나 외형적 특질 이상의 감동을 받게 된다.

맹목적인 신뢰와 선의, 계절과 상관없이 의지하게 되는 온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게 만드는 절대 행복의 존재.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이 모여 체화된 것이 개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상 ‘개’라고 썼지만 모든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은 동일하다.)


무수한 책 속에서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또렷한 위로를 건넬 거라는 확신과 함께.

조원희 작가의 창작동화 <혼자 가야 해>는 키우던 개와의 이별에 관한 담담한 헌사이다.

인생의 한 시기 절대반지와 같은 행복을 주었던 개에게 언젠가의 날은 오고야 만다.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감아요.’라고 나직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죽음으로 헤어져도 불멸한 존재에게 따뜻한 고마움을 담아 배웅한다. 한 줌도 안될 마지막 순간마저 애틋한 당부를 남긴 채 강아지는 홀홀하다.

상실의 경험을 간직한 이라면 애틋해서 사무치는 이 당부가 휘청이는 당신을 지탱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원희 작가는 자신이 슬픔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아픈 강아지는 되려 담담히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반짝이는 눈동자에 행복의 순간을 복기하며.

사랑하던 나의 개뿐 아니라 ‘버려지고 아픈 강아지들도 모두가 떠날 때는 따뜻한 곳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담담하게 떠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바란다. 작가의 개는 분명 행복한 시간을 안고 떠났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절판 책이 아니니 품위 넘치는 마지막을 직접 확인해 보는 행운을 누리길 바란다.



나에게는 언제나 어린 그대로였던 ‘나의 개’도 나이를 먹었다.

산책하는 걸음이 느려지고 종종 숨차 하며 양지바른 곳을 찾아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우렁찬 코골이가 들리지 않으면 코 가까이 손가락을 가져가 호흡을 확인하고 안도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곳저곳 아픈 곳이 늘어가며 흔적을 흘리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흔적은 어떤 날은 빠져버린 작고 하얀 이빨로, 어떤 날은 피고름으로 묻어나곤 했다.


노년의 개를 지켜본다는 것은 한 존재가 서서히 흩어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었다.


나의 강아지는 죽기 전 일 년 정도 눈이 멀었더랬다.

어느 날부터 여기저기 머리를 콩! 박거나 미끄러지는 것이 시력을 잃어서인 줄도 모르고 귀여움이 늘었다며 호들갑 떨던 멍청했던 나.

홀로 어둠에 기댄 채 온종일 귀 기울였을 너의 그날들을 가끔 곱씹어본다.

네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부디 행복한 풍경이었길.


물을 무서워하던 나의 개도 의연하고 씩씩하게 강을 건넜을까?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의 어떤 시간은 나의 개가 떠난 시점에 멈춰져 있다는 것이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은 조금 더 사무친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시간 속에 슬픔이 바래진다 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후의 날들에 백 퍼센트 완벽한 행복이란 절대 없을 거라는 걸.





@출처/ 

혼자 가야 해, 조원희

혼자 가야 해 (느림보, 2011)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83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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