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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Aug 15. 2017

온 동네 소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저층의 빌라나 다세대가 운집한 곳이다. 살고 있는 집은 20년 전에 지은 다세대 주택이다. 요새 신축 원룸보다 넓어서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햇살도 잘 들어오고 번화가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조용한 주택가라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집에 있는 동안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계약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하하. 작년 여름에 창문을 활짝 열고 직접 매단 블라인드를 반쯤 걸쳐 놓았다. 은은한 햇살을 받으며 노트북을 열고 글을 끄적이는데, 거리의 온갖 실랑이 소리들이 창문을 타고 넘어온다.


"내가 단 돈 백만 원 때문에 이러는지 알아?! 이거 왜 이러셔"
"백만 원이 누집 개 이름이냐?!"
 


완전 착각이었다. 내 낭만이 깨지는데 채 1달도 걸리지 않았다.

어제도 야근을 하고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었으나 20년 전에 지은 이 집은 방음이 안된다... 위층 아줌마가 초등학생 아들을 얼마나 잡아대던지 옆에서 같이 혼나는 줄 알았다. 한동안 애를 잡아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씻지도 않고 잠들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 갈면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데, 위층 아주머니의 2차전이 시작됐다... 또 옆에서 같이 혼나는 줄 알았다.


시끄러운 옆집 앞집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부모님 댁의 내 방이 그립다. 조용해서 집중할 수 있었던 내 방... 지금은 고구마 창고가 되어버린 내 방. 또 어떻게 보면 이게 우리의 일상인 것 같기도 하다. 하루하루 그저 무탈하기만을 바라지만, 어느새 잡음이 끼어들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타인에게 아픈 소리를 쏟아내는 그런 하루, 다 괴로워도 결국 끌어안아야 하는 하루.


#원룸 #독립 #위층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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