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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Nov 24. 2019

30대 중반의 백수일기(15)

이직 후 6개월

법륜스님의 책 중에 <기도>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 서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신도의 아들이 송사에 휘말려 감옥에 가냐 마냐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신도는 간절히 기도하며 아들이 감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가 이루어져서 아들은 감옥행을 피했지만 얼마 안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고 말았다. 그 신도는 아들이 죽은 후에 차라리 감옥에 갇혀 있었더라면 지금은 살아있을 텐데 하고 눈물을 흘린 얘기다.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행복이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말인 듯하다.


2019년 6월, 나는 열 달 동안의 백수생활을 정리하고 새 직장에 출근했다. 일한 개월 수를 손에 꼽아보니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원하던 직장에 자리를 잡았고 합격자 발표 이후로 출근 전까지 약 2주 동안 행복했다. 원하던 도시에서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뻤다. 하지만 이 기쁨은 3일을 가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그리던 직장생활과 판이하게 달랐다. 심지어 이전 직장과 비교했을 땐,,, 아니다 아예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만큼 후지다. 후회했다. 3일 만에.


법륜스님의 말처럼 원하는 것을 다 가져도, 바라는 대로 이루어져도 행복과 만족감이 비례해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요즘. 어쩌면 당연한 진리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걸까.

일상을 벗어나서 제주에서 지는 노을


주변에 불만족스러운 회사생활과 나의 일상을 얘기하면 다들 배부른 소리 한다고 타박한다. 노량진에서 컵밥 먹는 애들을 생각해보라며, 이 정도 누리고 사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나를 꾸짖는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백수 시절 동안 부모님 집에서 지내다 이직 후에 본가를 나와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집에 들어갈 가구를 새로 장만하고 사람들을 불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백수라면, 박봉이라면 누릴 수 없는 환경과 시간들이다. 하지만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회사를 가야 하는 내일이 왜 즐겁지 않은 걸까.


친한 직장동료는 회사는 자기 계발을 위한 곳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회인이 아니다. 이전 직장은 나의 발전을 위해 환경을 마련해줬고, 나는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곳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나의 선배들은 나를 7년 8개월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었다. 나는 넓은 벌판에서 열심히 달리고 힘들 땐 큰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행복하게 산 사람이라는 것을 이직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서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 위해 놓아 버린 것은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와 그 미래를 향해 노력할 수 있는 자유였다.


지금 이직을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놓아버릴 것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해서 행복이 따라올 것인지...


나는 또 방황하고 있다. 출구 없는 지금의 생활과 나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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