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를 마무리 하며
퇴사일기와 백수일기는 2018년 끝 여름, 7년 8개월을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일상에서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긴 것이다. 33세에 직장을 나와 10개월의 백수기간을 거쳐 34세에 지금의 직장에 취업했다. 큰 포부를 안고 온 회사였지만 출근한 지 3일 만에 입사를 후회했고, 그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한 채 현재의 직장에서 37세가 되었다. 그러니 시기적으로 본다면 3~4년 전에 적은 글들이다. 그동안 작성했던 내용을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난 성장하지 못한 채로 제자리에서 머물렀다고 생각했다. 물론 연구성과적으로는 발전하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내면은 그때보다 성장한 듯하다. 현재는 쓰지 않는 과격한 단어가 보이고, 화가 가득한 문장을 보니 많이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와, 근로자로서 보낸 시간이 사회생활 경험의 전부다. 현 회사에 지원할 때만 해도 번듯한 간판에 정년이 보장된 자리를 얻어야 올바른 길을 간다고 생각했다. 요즘 MZ세대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내가 교육을 받고 사회에 발을 딛기 시작할 시기에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생소했고, 작은 회사는 불안한 중소기업, 창업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직장은 없어질 일이 없는 공기업에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란 타이틀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른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조건이었다. 비록 지금의 정부는 공기업 축소를 외치며 우리 회사를 없애려고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전 직장도 국가 산하기관이었기 때문에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리는 바람을 맞는 일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회사를 없애겠다고 드는 정부는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결국 안정성을 보장하는 곳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근로자로서 약 11년을 근무하고 회사의 존폐를 눈앞에 둔 지금,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에만 들어가면 그다음 고민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산다면 고민은 필요하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 다른 다음을 꿈꾸며 그리고 있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과 느낌이 든다.
지난 3년 간,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많이 변경되었고, 더불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자가격리로 인해 재택근무라는 근무형태도 도입되었다. 퇴사일기를 적을 때만 해도 공무원 경쟁률을 늘 최고 기록으로 갈아치우는 시기였지만, 이제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우리 사회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에 맞춰 직장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직업의식도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람은 그 변화의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안정에 대한 관성이 큰 사람은 현재의 자리를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3~4년 전에 적은 퇴사일기가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시대를 반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회적 분위기나 타인들이 ‘30대의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30대는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말한다면, 그 통념에 내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퇴사일기를 통해 위안과 위로를 받길 바라본다. 늦지 않았다고,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