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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Sep 18. 2022

나의 결핍과 만나다


작년 가을부터 명상할 때 나는 늘 다른 곳에 있는 상상을 한다. 머리를 들어 올려다 보아도 그 높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은 나무들로 둘러싸여진 숲 속에서 앞에는 물이 흐르고 새들이 쉴 틈 없이 지저귀는 곳이 있다. 나는 그곳에 앉거나 때로는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런 상상 속에서 명상을 하면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 알고 있는 어떤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의 가장 큰 매력은 나를 바라보며 나도 놓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발리에서 3일째, 요가반에서 무슨 수업을 들을지 스케줄 표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Self-energy Healing'으로, Cat Kabira*가 진행하는 Biodynamic yin 요가 수업의 부제였다. 셀프 에너지 힐링이라...,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아 관심이 갔다. 구글에 Biodynamic yin yoga를 검색하자 Cat의 유튜브 영상이 나왔고, 호기심에 보게 됐다. 그녀는 그녀가 개발한 요가 수업을 통해 우리의 의식은 깨어있는 상태로 현재에 머물러 있고, 우리 몸이 세타 상태(꿈을 꾸거나 잠을 자는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치유를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치유란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은 내보내고,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끌어당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몸과 정신상태는 변할 수 있고, 이것이 그녀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듯했다. 변화, transformation, 지금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변하고 싶다.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싶다. 나는 주저 없이 마지막 수업으로 그녀의 수업을 택했다.


마지막 수업 장소, 나의 상상 속 그 공간

그녀의 수업은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한다. 5시쯤 미리 도착해서 데스크에서 수업 등록을 한 후, 수업공간으로 이동했다. 수업장소는 정면과 측면 일부가 유리로 되어 외부가 훤히 보이고 천장에는 커다란 무드등이 매달려 있는 곳이었다. 유리 밖으로는 커다란 바나나 입이 자라고 있고, 다양한 식물들과 작은 연못이 있었다. 정말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맨 앞자리에 매트를 깔고 누워서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Cat이 들어와 가만히 있는 동작이 많다 보니 모기에 물릴 수 있다며 평소에 모기에 잘 물리는 타입이면 모기 기피제를 바르라고 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르니 덩달아 나도 발라야 할 것 같아 동참했다. 약간 레몬그라스 향이 나는 모기 기피제가 요가반에는 늘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서 숙소에 돌아오니 그래도 여러 방 물렸다는 게 함정이다. 오히려 바르지 않은 게 더 나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향 때문에 더 모기를 끌어당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Cat은 수강생들에게 어깨나 허리 등 몸이 아픈 곳이 있는지 물었다. 무리가 되는 동작을 피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듯했다.


그녀의 수업은 요가로 몸에 적당한 자극을 주는 동작을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워서 시작하고 도중에 여러 가지 동작으로 바꿔가면 몸에 자극을 준다. 거의 누워서 진행하는 동작이 많았다. 동작을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게 되면 몸이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아픈 곳을 저절로 치유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처럼 호흡을 깊게 하고,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작의 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저절로 명상 상태로 몰입할 수 있었다. 요가를 하는 동안 어느 중립적인 상태에 머물러 자연과 함께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몸 자체가 어떤 진동의 요소가 되어 지금 공간,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나 경이로워 소중했고 명상을 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요가가 끝난 저녁 7시


요가의 마지막 동작은 가만히 누워 눈 주변의 긴장을 풀고 다시 현재의 나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살포시 눈을 뜨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미 어둠이 깔린 그 공간은 지난 1년 동안 명상하며 내가 상상하던 그곳이었다. 나무들로 둘러 쌓인 곳에 앞에는 연못이 있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중심에 누워있다.


늘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무엇으로 북받치는 감정에 혼자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결핍을 눈물로, 감정으로, 에너지로 쏟아내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느낀 불안과 결핍은 나를 잃어가는 두려움에 느낀 감정이라는 것을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남자 친구가 없어서,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좋은 차가 없어서…, 그런 물질적인 결핍과 풍요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불안과 결핍에 시달린 이유는 그런 물질적인 것들에 집중한 나머지 나를 잃어가는데서 온 것이었다. 진정한 내 모습을 잃어가는 동안 나의 자아는 불안으로 계속해서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멈추라고,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알 수 없는 무엇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속에 잃었던 중심이 다시 잡히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내 안에 신이, 우주가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불안감은 점점 사라졌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북받친 감정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 이곳까지 갑작스럽게 오면서 계속 생각했던 질문의 답을 찾았다. 나의 결핍을 깨닫기 위함이었구나. 나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고 가여운 순간이었다. 그동안 나의 이상한 행동들, 감정들을 나 스스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변하고 싶다면, 내 결핍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의 결핍을 뛰어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알 수 없는 불안과 아픔으로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결핍을 찾는 과정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 결핍으로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본 영상 중에 토니 로빈슨(동기부여 전문가, 심리학자)이 돈으로 고생할 때, 자신의 결핍을 뛰어넘고 타인에게 금전적으로 베푼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있다. 나는 그가 자신의 결핍을 얘기할 때 쏟아내는 감정을 느끼며 많이 공감했다. 그리고 나도 이 결핍을 뛰어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제 안에 무언가가 드디어 궁핍을 초월한 느낌이었거든요. 드디어 깨달았죠. 제 한계보다 훨씬 더한 내면의 무언가를요."  




*Cat Kabira의 Biodynamic Yin Yoga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yssO1E5kFLU)

*토니로빈슨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cMq_uRk84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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