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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근 Dec 14. 2021

영양사라는 직업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하면서 직업인의 옷을 벗은 '나'를 찾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했다. 그래야만 괜히 쿨하고 멋진 어른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직업인으로 보낸 시간 10년. 시간은 언제든 벗어 버릴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직업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의 하루 중 1/3이나 차지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시간. 그동안 나를 키워온 고마운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양귀자 선생님의 <모순>의 일부를 옮겼다. 너무 내 마음을 멋지게 옮겨 놓은 것 같아 좋아하는 구절이다. 나는 조금만 새로운 것이 있으면 잠시 혹해서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가 한 달도 안되어 금새 싫증을 내곤 해왔다. 나의 SNS는 엄청 다양한 것에 취미가 있어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한동안 나조차도 그런 모습이 나라고 믿어왔으니까. 그래서 점점 불안했고 더욱 더 새로운 것을 찾았다. 나는 포장지만 그럴싸한 속이 텅 빈 상자였다.



  오랫동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취미를 쉽게 시작하던 추진력이 글을 쓰는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너무나도 빈약해서 그것이 탄로날까봐. 그런 내 자신을 마주하기 싫어서다. 유일하게 내가 꾸준히 해온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더니 영양사라는 직업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기 보단 좋아하는 몇 가지를 꾸준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여러번 우려야 좋은 맛과 향을을 내는 차처럼 나의 인생에도 시간과 마음을 들여 좋은 맛이 우러나게 노력해야지. 그러다 보면 나도 나를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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