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하면서 직업인의 옷을 벗은 '나'를 찾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했다. 그래야만 괜히 쿨하고 멋진 어른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직업인으로 보낸 시간 10년. 시간은 언제든 벗어 버릴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직업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의 하루 중 1/3이나 차지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시간. 그동안 나를 키워온 고마운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양귀자 선생님의 <모순>의 일부를 옮겼다. 너무 내 마음을 멋지게 옮겨 놓은 것 같아 좋아하는 구절이다. 나는 조금만 새로운 것이 있으면 잠시 혹해서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가 한 달도 안되어 금새 싫증을 내곤 해왔다. 나의 SNS는 엄청 다양한 것에 취미가 있어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한동안 나조차도 그런 모습이 나라고 믿어왔으니까. 그래서 점점 불안했고 더욱 더 새로운 것을 찾았다. 나는 포장지만 그럴싸한 속이 텅 빈 상자였다.
오랫동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취미를 쉽게 시작하던 추진력이 글을 쓰는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너무나도 빈약해서 그것이 탄로날까봐. 그런 내 자신을 마주하기 싫어서다. 유일하게 내가 꾸준히 해온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더니 영양사라는 직업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기 보단 좋아하는 몇 가지를 꾸준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여러번 우려야 좋은 맛과 향을을 내는 차처럼 나의 인생에도 시간과 마음을 들여 좋은 맛이 우러나게 노력해야지. 그러다 보면 나도 나를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