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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Feb 04. 2016

고양이 5.

나비의 두 번째 출산

이젠 주소를 다 옮겨서 명분도 없이 남의 집 앞을 얼쩡거리는 것이 멋쩍다.

막힌 길이 아니라면 지나는 행인 행세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막힌 길이라 딱히 핑계 없이는 전에 살던 집을 갈 명분이  없다. 아이들을  찾아보려는 내 맘과는 달리 아이들이 그곳에 없는 것 같다.


나비는 이번엔 새끼를 4마리 낳았다. 다행히도 그 애는 내가  뒤뜰에  마련해 둔 보금자리에 밤새 끙끙대며 새끼를 혼자서 잘 낳았다. 어쩔지 몰라서 미리 이불을 깔아 두긴 했었는데 , 그래도 날씨가 너무 춥다.

곰이는 나비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그들과 지낸다. 전에 냐옹이는 나비와 네로를 독립시키고 새로 새끼들을 낳아서 키우다 죽은 것 같았는데.... 나비는 곰 이를 독립시키지도 않고 곰 이도 나비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낸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나비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저 애가 내 손을 타고 자라서  잘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름 곰이는 나비가 없을 때  새끼들도 잘 돌보아 주는  것도 같다.

그 애들이 지내기엔 밖이 너무 추운 것 같아서 나는 보일러실 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 두기로 했다. 그 애들의 집을 통째로 보일러 실로 옮겼다. 보일러 실로 옮겨두니 내 마음이 훨씬 가볍다.

주인집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나는 많은 애를 쓰지만 워낙에 냥이들이 싫으신가 보다. 사실 나도 예전엔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밤에 우는 고양이  소리는 꼭 무서운 괴기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서울 이사 와서  나비의 엄마 냐옹이를  알고부터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밤에 우는 소리도 무섭게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이쁜 아이들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

사고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생긴 다는 것을 이들을 알게 되면서 깨닫는다.

그들은  나를 웃게 해주었고,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나에게  일깨웠으며, 태양이 뜨면서 함께할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특히 나비는 내가 외출할 때면 언제나  나를 길  모퉁이까지 배웅했고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꼭 길  모퉁이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언제나 나만을 , 오직 나만을 위해서, 나비는  존재했다. 그런 나비를  나는 이사 오면서 데려오지 못했다.

이사하는 날 그 애들을 어떻게든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 애들은 그날 집 근처에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우리 집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그 애들은  불안해했으며 그 애들이 있을 곳이 마땅히 없었다. 나비와 곰이는 들고양이 들이라 집안에서의 생활은 어려웠다. 그들은 나와 함께 놀고 내가 주는 먹이는 먹어도 집안은  거부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집안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고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동물의 영역이 집안에서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기에..... 내가 이사하는 아파트를 어떻게든 그 애들에게 알려 주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었다.

 


나름 나비의 새끼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새끼들이 한 마리도 살아 남지 못했다.

밤이면 자꾸 누군가가 보일러 실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것 같다. 내가 있는 방 뒤쪽이라 툭, 툭한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행여나 해서 아침 일찍 보일러 실로 가보면 문밖에 작은 돌들이 떨어져 있고  아이들이 없다. 밤새 나비가 새끼들을 물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러다 며칠 있다 보면 나비가 다시 새끼들을 물고 보일러 실로  온다. 나도 밤마다 소리에 신경 쓰면서 잠을 못 자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누가  괴롭히는지는 추측만 할 뿐 범인을 잡을 수없다.

추운 겨울에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새끼들이 다 죽었다.

나비는 다른 곳에 나 때문에도 있지 못하고(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 우리 집에도 밤마다 누군가가 괴롭혀서 불안해하고 , 새끼들을 이리저리  옮기다 새끼들이 다 죽은 것 같다.

나비와 달리 네로는 새끼들을 잘 키운다. 그 애는 보금자리를 어디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와서 밥을 먹고 간다. 때로는  새끼들을 데리고 와서는 함께 밥을 먹고 간다. 그 애 비하면 나비는 첫 번에도 곰이 하나 간신히 건지고 , 이번엔 다 죽었다. 나비 탓만 할 수없다. 순하디 순하기만 나비........


밤에 새끼들을 괴롭히는 범인으로 주인집 딸 노처녀를 생각은 하는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주인집 딸은 나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정상이 아니다. 아니 정상인 것 같지만 말을 해보면 어떤 날 은 정상 어떤 날은 정상이 아니다. 앞집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정신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아직도 약을 먹는다고 한다. 약을 먹을 때는 그래도 정신이 온전한데 약을 먹지 않을 때는 조금은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이해가 간다.

그녀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그녀의 병이  나아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몇 번은 그녀의 친구가 되고자 노력은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녀의 병은 아주  깊다. 그녀는 낮에도 경찰서에 누군가가 자기 집 문을 두드린다고 하면서 자꾸 신고를 해서 우리 집 주의에는 항상 경찰차가 대기 중이다.

그녀 덕에 우리 골목은 항상 경찰의 보호 속에 산다.


나는 가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그녀 때문에 무서웠다. 그녀는 가끔 다중인격처럼 혼자서 여러 사람이 되어서  싸운다.  큰소리로.... 나는 처음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다 싸우는 줄 알았다. 사실은 혼자서 여러 사람이 되어서 싸우는 거였다. 무서우면서도 그녀가 가여웠다. 얼마나  외로우면......

나도 서울 와서 모든 상황이 더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내게는 사랑스러운 내 자식들과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아무도 없다. 주인 할아버지는 아침 9시쯤에 경로당 가시고는 저녁 6시쯤에나 돌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는 얼마나  다행인가......

아이들이 학교 가고 나면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냥이들이 있지 않은 가.

들고양이 들은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잠을 잔다고 한다. 하지만 나비는 잠을 자도 우리 차 밑이나 우리 집 주의에서  잠깐잠깐 자고는 나와 거의 함께 한다. 나비는 특히 그렇다. 그 대신 나도 밤이면 제대로 잠을 푹잘 수 없다.

나비와 나비 새끼들이 신경 쓰여서........ 나비는 특히 싸움을 못한다. 고양이들의 영역싸움이 있기에 나름 나비를 밀치고 우리 집 주의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함께 싸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냥이들을

이뻐 하지만 나비의 영역 싸움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그 애는 그렇게 바보 같아서 내가 항상  도와주어야 했다.


그 애에게는 오직  나뿐이었는데,

나는 그 애를 그곳에 두고 왔다. 동물을 버린 사람들 보다도 더 나쁘다. 그 애는 많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나는 이사 정리를 대충하고 몇 번을 가 보았지만, 나비와 곰 이를 보지 못했다.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는 나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나는 항상 나비를 그리워한다. 그게 나에게 주는 벌인가 보다. 나는 우리 데니를 키울 때도 이사 가기 얼마 전에 잃어버렸다.  그때도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는 시기여서 데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시기였는 데, 어느 날 데니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그때도 나는 내가 데니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마음속으로 고민한 것에 대해 얼마나 자책했던가...........


상황이 조금은 다르지만 ,  그래도 나는 나를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는 항상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고 아이들 보고는 말하면서 나는 정작 책임감을 갖고 그 애들을 대한  건지.... 나비와 곰 이에게 상처만 남기고 나는 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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