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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Feb 15. 2016

 1

머리와 마음은 따로 논다.

결혼이란 것에 대해 어떠한 환상이나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났고 결혼을 했다.

사실 그녀가 남자를 계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것이 아버지의 끝없는 바람..... 어머니의 원망에 찬 눈물과 집착, 그리고 가난. 그런 상황들이 그녀의 머리 속에 자리 잡으며 커온 탓이었을까...... 그녀는 고등학교 때 벌써 결혼은 종이 한 장의  계약일 뿐이라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나 머릿속과는 다르게 그녀의  마음은 항상 끝없는 사랑을 갈구한다. 이건 어쩌면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 지랄 같은 병이 흐르고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젊은 시절이 아버지를 닮아 열렬한 연애로 물들였는가, 그렇지가 못하다. 그녀는 누군가를 용기 있게 사랑할 줄 몰랐고, 또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없었다.

누군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듣는 날이면,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너는 나를 언제까지  좋아할 수  있는지..............

그녀는 그랬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짝사랑은 했어도, 딱히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보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마디로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와 키, 교양을 갖추었다.

그녀의 외모는 형제들 중에서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그녀의 아버지를 아는 분이라면 그녀를 처음 보았어도 누구의 딸 아니냐고 꼭  물어볼 정도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싫어했다. 자신도 아버지를 닮을까 봐 두려웠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 왈  "야~~ 눈웃음을 치면 바람기가 있다고 하는데,  너도  눈웃음치네"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날 부터 그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얼마나 많이 눈을 부릅뜨며 눈웃음을 없애려고 노력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노력의 결실은 있었다. 어느 날 보니  눈웃음치는 것이  없어졌다.

그녀가 친구들의 말을 믿었던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가 눈웃음을 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여자들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녀는 보고 자랐다. 또 얼마나 많은 아버지의 여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언니들로부터 들었는지...... 그녀는 부자인 아버지를 기억 못했고 아버지의 여자들을 본 기억이 없다. 단지 들은 이야기와 어머니의 분노에 찬 슬픔과 원망으로 알 뿐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때문에  떨어져 살게 되어, 아버지의 여자 문제로 어머니의 슬픔과 한을 덜 보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끝없는 어머니의 집착은 떨어져 지내면서도  절제할 줄 몰랐다.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원망 가득 찬 마음과 분노 속에서도 아이들이 줄줄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도저히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마음이 가야 몸도 가는 것인데.....

그녀의 형제는  6남매였지만 그녀가 알기로는 태어나서 죽은 형제만  셋이고 미리 엄마가 예방조치를 한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남 녀 사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다.

사실,  먹고살기도 힘든 가정형편에서도 어머니의 그러한 행동은 그녀의 어린 마음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는 어릴 때도 어머니가 왜 이혼을 하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지 궁금했다.

사실 그녀는 어린 마음에도 부모가 이혼하면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도 해 보았었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나름 계산도 한다.

어머니는 자식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반만  믿었다. 그녀가  본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자식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참고 살았다는 반의 믿음은,  그녀가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자식들 땜이 란 말은 자연 알게 되었다.

그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어린 시절의 그녀를  빨리  조숙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큰언니의  책꽂이에 손을 대면서 언니가 읽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 책들이.... 좁은문, 춘희, 작은 아씨들, 제인 에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정, 유정, 감자, 모모, 낮은대로 임 하소서..... 사실 내용들이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가 그녀의 사춘기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신체 변화로도 가슴에 바둑알 같은 동그란 것이 생겼으니까.....

한 학년을 올라가서는 엄마에게 가슴이 변형되지 않도록 브래지어를 사 달라고 말을 한다. 그녀의 말에 언니들은  놀라며....."너는 어떻게 부끄럽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니..."

그녀는 오히려 언니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왜 ~ 철렁거리고 다니면 가슴 처 질지도 모르잖아"

"어머머 애!좀봐~~쬐금만게 까져 가지고 그리고 철렁댈 가슴이 어디 있냐"

"그러니까 미리 예방하는 거지"

어린 마음에  그녀는 당장에 가슴이 처지는 줄 알았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젖을 먹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가슴은 늙어가면서 처지기도 하고 모유를 하게 되면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탄력의 처하로 처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알 것도 같은 것은,

남자의 부성이 왜 여자의 모성보다 약해  보이는지를.......

남자는 봄에 씨앗을 뿌리듯 여자의 몸에 자신의 정액을 쏟아 붓고,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여자의 외견상 보이는 것만 알 뿐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여자의 뱃속에서 아기는 엄마의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식물이 땅의 양분을 먹고 자라듯....

가을 추수를 하듯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는 날 자신의 성을 가질 아이를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피와 살로 가꾸어낸 아이가  바로...... 모성이다.

정자가 없으면 아이를 만들 수 없지만, 그래도 부성은 모성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고향이 함경도이다. 전쟁이 나면서  이모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이모 손에 컸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정을 느껴 보지도 못하고 이모집에  더부살이로 살면서 이모에게 많이 혼나고 맞고 컸다고 한다.  사람에겐 자라온 환경도 사람의 인성에도 한몫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는 나름 눈치 밥을 먹고 자란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해 포기를 하지 못하고 그렇게 집착하신 것인지.........


그녀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자식들을 혼낼 때  아주 무서웠던 것 같다. 그 애 비해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매를 대지 않는 분이 셨다. 자식들에게 언제나 다정하시고 인자하신 분이다. 단지 아버지의  여자가 너무 많다는 것과 사업실패 후 집안의 경제 사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많은 병치레로 인해 부모님의 많은 관심과 배려 속에서 형제들 중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였는지 다행히도 어머니에게 한 번도 맞아보거나 꾸지람을 들어본 적 없이 컸다. 그래도 언니들과 오빠가 엄마에게 혼나는 걸로도 충분히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그녀의 형제들은 어머니의 성격을 알고  커왔기에 그녀처럼 충격이나 무서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머니를 누구 보다고 사랑했지만 어머니의 성격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의 그녀의 기억 속을 헤집어 보면.... 모두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자꾸 막내가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한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여자 문제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 때 이긴 했지만 엄마는 가끔씩 아버지에게 연락 없이 불시 방문을 했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폭발 직전이었는데, 작은 언니가 막내 동생을 변호하냐고 엄마에게 뭐라고 대꾸를 한다. 엄마는 연탄집게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신다.  그녀는 엄마가 연탄집게를 들고 방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기절한다.

어머니는 연탄집게로 때리려고 가지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아마 무심결에 연탄 갈려고 손에 쥐고 있었기에 들고  들어오셨을 것이다. 그러나 언니들과  오빠로부터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이력을 들었던 터라 그녀는 연탄집게로 작은언니를 때리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녀의 기절로 그날 작은 언니와 막내는  무사할 수 있었다.

어린 그녀가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면 당연 사랑하는  엄마를 선택해야 하는데,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어머니의 이러한 성격 때문이 아닌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아랫집에 사는 소꿉친구 순애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새엄마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을 이야기 한적도 있었다.


그랬더니 순애가 하는 말

 " 너희 한테는 새엄마가 아닌데 너 한테언니가 더 있데 , 그 언니들에게는 새엄마지"

" 무슨 소리야. 우리 언니들 말고 언니들이 어디에 있어"

"야 ~너는 못 봤지만, 우리 엄마가 아줌마들하고 하는 말 내가 들었어"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니들이 가끔 어떤 언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날은  흘려보낸다. 그녀의 고민이 더 많이 컸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생각할 겨룰 이 없었다.


사실 북쪽 사람들은 말이나 성격이 거친 거 같다. 욕도 좀 무섭게 한다. 그녀의 어머니 사촌 이모들도 그녀 집에 놀러 왔을 때를 기억해 보면, 싸우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도 크고 욕도 자연스럽게 잘하곤 했다. 그 애 비하면 그녀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욕을 하시지는  않았다. 다만 화가 날 때 말을 무섭게 했을 뿐.... 그게 더 무서웠고  상처받는다.

큰언니 말에 의하면 학교 치맛바람도 장난 아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드라마에 나올 법한 볼상 사나운 사모님들 같은 이미지였을 까.......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악착같이 생계를 책임지던 분이다.

그녀의 큰언니는 집이 가난하게 된 것이 어쩌면 너희들에게 더 잘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냉정하게 말을  할 때도 있었다.


가끔은 언니들과 엄마는 옛날 극장이 잘될 때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둘이나 두었고, 언니들 유치원 다니던 이야기며, 어머니 젖이 부족해서 그녀를 분유 먹여 키우던 일 제과점에서 아버지가 바람난 여자 과자를 사간일  등등 여러 이야기 들을 한다.

그녀의 기억엔 부자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기억은  이상하게도 그녀의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시작된다.

아니, 가끔은 아버지 영화관에 몰래 들어가 본 기억은 나는데  그때가 몇 살인 줄 모르 겠다.

그녀의 기억에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하던 아모레 화장품 선전이 잊히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한 여인이  달린다. 코스모스가 많은 곳에서 멈춘다. 그리고  헬멧을 벗는데 긴 머리가 바람에 휘날린다. 태양은 밝게 그녀를 위해  내리쬔다.

어린 마음에도 헬멧을 벗으며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코스모는 또 얼마 나 예쁘게 많이 피었는지........


코스모스,

헬멧을 벗으며 바람결에 나부끼는 긴 머릿결.........


그녀의 머릿속에 어느 기억보다도 깊게  각인되어진 그 광고.

그게 뭐라고,

그건 그녀의 어릴 때 기억 속 중 가장 행복한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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