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다는 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 냥이 Mar 17. 2016

소설/산다는 건 4

마음이 야한 여자

민영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그녀 자신을 햇살에 살균한다는 생각으로.......

민영의 주머니 속에 있는 전화벨이 울린다.

진숙언니였다.

"너 요즘 운동도 나오지 않고 뭐해, 많이 아픈 거야?"
"아냐, 언니.... 시간이 없어 ㅎㅎ 그냥 하는 일도 없는데.."

"야, 너는 항상 생각이 많은 게 문제야. 항상 명랑한척하는 이런 너를 누가 알겠니.. 에구 너를 알기 위해선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지.... 너를 다 알았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새로운 것을 보여주니..ㅎㅎ 항상 궁금하다. 너의 머릿속이"

"그런가.. 난 항상 솔직한데"

"그렇지 넌 항상 너무 솔직하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도 너의 성격이 부럽긴 해, 그리고 섬세하지... 덜렁거리면서도 ㅎㅎ 그래서 네가 좋은 거야"

"언니 정말이야!!!.... 어디야?"
"어디겠니, 내가 갈 곳이라고는 이곳뿐인데.. 빨리 나와."

민영은 진숙언니의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짓는다.

 '그냥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햇살 받으면서 걷고 싶었는데'

오늘만큼은  민영의  감정과 상관없이 상냥함을 가장하면서 웃으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었지만 민영은 발걸음을 헬스장으로 향한다.

'오늘 하늘은 정말 맑다.'  마음도 하늘처럼 깨끗했으면 하는 생각을 무심결에 해본단.

민영의 하늘 봄은 그리움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작은 설렘과 그것에 따른 작은 부작용으로 애를 쓴다.

민영이 향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민영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쏭달쏭 답이 없는, 그것이 민영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날이다.  

민영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SMS센터에 도착했다. 진숙언니가 다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민영도 그곳으로 향해 갔다.

"안녕하세요"

"어머 민영아 요즘 왜 운동 안 나왔어. 와 ~민영이 머리카락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자라는 거 같다"

"민영이가 야한 생각을 많이 하나보다. 야한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대 ㅎㅎㅎㅎ"

"그래~ 그래 민영이가 나랑 같이 머리 잘랐는데 세상에, 너무 야한 생각 많이 하는 것 아냐..."

"아니에요.. 저 그런 생각 안 하는데"..... 사실 가끔 한다.ㅜㅜ괜히 찔리고.....

"재좀 봐라 또 정색한다.ㅎㅎㅎㅎ"

"민영아 나랑 나가자, 언니들! 그럼 저희들은 이만 일어나게요"

진숙언니와 민영이 바깥으로 나왔다.

"민영아 ㅎㅎ 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그냥 농담이거니 하면서 웃어넘기거나 의연하게 대처해, 바보처럼 그렇게 정색하며 말하지 말고 , 그러니까 사람들이 짓궂게 더 장난치잖아.

민영은 이상하게도 그런 것에 익숙지 못하다. 아니  적응을 잘 못한다. 사람들과 있을 때도 사람들의 야한 농담  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서 사람들이 더 웃자고 놀린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다고 민영 자신은 생각한다. 떠돌아다니는 야한 유머들은  받아들이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과 이야기에서 하는 야한 농담은 민영도 모르게 먼저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상상이 되어서 일까, 잘 적응이 안된다. 머릿속의 그림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머릿속 그림이 먼저 그려진다.

민영이 혼자 웃는다.

"언니, 내가 진짜 야한 생각을 많이 하나 봐"

"ㅎㅎ 뭔 생각하는데..."

"아니 그냥 뭐, 황홀한 키스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키스는 진짜 달콤한가.."

"ㅎㅎ 너는 맨날 그 넘의 키스 타령을... 철좀들어라. 우리 나이에 키스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난 그래도 정말 궁금해서 그래"

"네가 해보면 될꺼아냐"

"아냐 언니 영화를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키스를 잘 못하는 것 같아, 외국영화를 보면 사람들의 키스가 정말 가슴 뭉클하니 감동이 오는데...."

"민영아, 키스 타령하지 말고 햄버거 먹으러 가자 ㅎㅎㅎ"


민영이 좋아하는 맥도널드를 향해 진숙언니가 걸음을 옮긴다.

" 빅맥 두개와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나는 정말 너처럼 햄버거 좋아하고 빨리 먹는 사람은 첨 봤어"

"아 ~나도 천천히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요즘은 음식 천천히 먹고 있어"

"오늘 먹을 때 보면 알지 ㅎㅎ"


시간은 되돌리며 기억도 되돌릴까... 사랑은 그런가 봐 채워지지 않는....

맥도널드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그녀들은 창가 에 자리 잡는다.

"요즘 어때... 언니의 친구 정 교수에 대한  마음이나 집에 아저씨나..."

"그냥 친구들 모임 때 얼굴 보구,  자꾸 그 사람한테 의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노력하지, 그리고 남편은 달라질 것도 없어"

"다행이다.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은 힘든 일이야"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 ㅎㅎ언니는 나를 너무 아래로 보더라..... 사랑 중에  혼자 하는 사랑이 가장 열렬할지도 몰라, 상대는 모르는데 혼자 감정의 기복으로 힘들어하며 노여워했다, 미워했다, 우울했다, 사랑 흠뻑 취했다,...... 들쭉날쭉하잖아"

"네가 소설을 쓴다 써..ㅋㅋ"

"그런가....."

"ㅎㅎ 그래도 오늘은 진짜 천천히 먹네"

"그렇지... 언니 나 어제 후배한테 야한 농담받았는데 잘 대처했어. 다행히 카톡이어서 생각할 시간이 있었지.ㅎㅎ 내가 순발력이 부족하잖아. 그래서 그 애도 무안하지 않게 잘 했어"

"너 여고 동문 후배들 말하는 거야"

"아니~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고향 남자 후배, 모임에서 몇 번 봤는데 내가 어리바리하다 보니 잘 챙기고,

내 동생 친구야."

민영은 진숙에게 그렇게 말은 했지만, 어제는정말 많이 당황했었다. 국진과 카톡을 주고받던 중 사진 보네 달라고 해서 사진을 보내 주었더니, 국진이 칭찬을 날린다, 와~ 누나 이쁘고 섹시하다. 기분이 좋아진 민영이 입으로 하트 날리는 이모티콘을 두개 보내 주었다. 그리고 돌아온 카톡이 입술 갖고 싶네ㅎ 야한가? 이런 된장 할....... 그녀는 조금 당황해서 10분의 여유를 갖으며 잘 생각해 봤다. 이건 어디 까지나 이모티콘을 보고 한 농담 아닌가... 이런 상황 당황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민영도 담담히 그 애의 농담을 농담으로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민영은 거울로 가서 자신의 입술을 다시  보았다. 그녀가 생각해도 웃기지 않은가, 어릴 땐 매일 오빠가 토인 입술이라고 놀려서 민영이 얼마나 속상해했던가.

민영의 아랫입술이 유난히 두터워서 오빠가 심술부릴 때마다 놀림을 당한 입술이 었는데.... 국진의 말 때문에 다시 한번 입술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다.

민영이 입술을 빨갛게 바르고 입을 크게 벌려서 무언가를 먹는 날 보면, 입술이 아래턱에 닿았는지 턱에 립스틱이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왜 턱에 립스틱이 묻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어제 알았다.

아랫입술이 두텁고 조금 뒤집어졌다고 해야 하는 건지.... 잊고 있던 토인 입술 놀림이 상기되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은근 자신의 입술이 이쁜가?라는 엉뚱한 생각에 웃고 넘어간 날이었다.


민영은 항상 생각한다. 여자들의 착각에 대해..... 그냥 하는 말과 예의상 베프는 친절에 대해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 지내는지를.....


" 뭘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지금 이 노래 제목이 뭔지 알아?"

" 잠깐 내 입술에 대해서, ㅎㅎ.. 그리고 내가 어떻게 알겠어"


벌써 3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시계를 쳐다보며 그녀들은 웃고 만다. 오늘 장시간 수다 방을 맥도널드에서 보내고 나니 여자들의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