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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ul 31. 2018

PLEASE LIKE ME 9.

시즌 3 에피소드 6. Pancakes with Faces

시즌3 에피소드6, 아침식사

낙태 시술을 받으러 가는 친구 클레어에게 조쉬는 아침 식사로 얼굴이 있는 팬케이크를 준비한다. Please Like Me 시리즈 속 음식들 중 유일하게 조쉬 토마스가 자신의 레시피를 공개한 '얼굴이 있는 팬케이크'는 조쉬 토마스가 말하길 '그 누구도 이 음식을 받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을 음식'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각 캐릭터들을 각자 자신의 두려움과 맞서고 그것을 분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낙태 시술을 받으러 가는 클레어,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조쉬,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는 톰과 그와 동행하는 엘라, 커밍아웃 후 처음으로 아빠를 보러 가는 아놀드, 그리고 남자 친구인지 알았던 스튜어트가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로즈와 그 과정을 지켜보는 해나. 그들의 두려움과 분노는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된다. 그리고 앞뒤가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상황에서 조쉬가 만드는 팬케이크는 조금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시즌3 에피소드6, 좆같은 상황들

어릴 적 팬케이크는 가끔씩만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였다. 한국인이라면 밥심을 중요시하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침식사는 밥과 반찬이었으며 시간이 없는 날에는 씨리얼을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아침 식사를 거르는 날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또는 공복이 다였다. 하지만 주말 아침, 시간이 많을 때 해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는 팬케이크였다. 물론 가게에서 산 한때는 팬케이크 가루였지만 이제는 핫케이크 가루가 된 봉투를 사들고, 바닐라 향 가득한 가루와 계란, 우유가 있으면 우유, 없으면 물과 섞어 기름 또는 버터가 있을 때는 버터를 살짝 두르고 만들어 먹은 팬케이크는 주말 아침의 여유가 있는 음식이었으며 달콤하고 맛있었다. 때로는 잼을 발라먹기도, 버터를 바르기도, 꿀을 바르기도 했지만 역시나 메이플 시럽이 가장 맛있었다. 한때는 메이플 시럽 맛 팬케이크 소스를 사 먹어본 적도 있지만 그 후로 그 소스는 먹지 않았다.

하루는 친구가 선물해준 초코 팬케이크 가루를 아껴 먹은 적도 있었지만 팬케이크 믹스가 없어도 내가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로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취미로 베이킹을 시작하고 나서 버터와 밀가루는 항상 집에 있는 재료가 되었다. 가게에서 산 팬케이크 믹스는 필요하지 않았고 먹고 싶을 때, 만들고 싶을 때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첫 번째로 굽는 팬케이크는 항상 망한다는 것이었다.

팬케이크는 많은 제빵류가 그렇듯 기다림의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냥 오븐에 넣고 다른 볼일을 보러 갈 수 있는 빵들과는 달리 혹시나 타지 않을까 불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빵이 팬케이크다. 반죽을 약한 불에 올리고 반죽 위로 작은 기포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려야만 뒤집을 수 있고 그전에는 기포들이 올라오는 시간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불이 너무 세면 기포들이 올라오기 전에 빵이 타버리고 불이 너무 약하면 기포가 올라와도 빵은 익지 않을 수도 있다. 불 앞에서 팬케이크가 익어가길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잘 만들어진 팬케이크를 먹는 순간 그 시간은 잊힌다.


시즌3 에피소드6, 클레어

내 눈 앞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길 바라는 음식이 팬케이크인 것처럼 이번 에피소드 속 인물들 또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팬케이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섭다는 점이다. 아침부터 치과가 무섭다는 톰은 엘라와 함께 진료 시간을 기다리면서 치과의 무서운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톰보다 엘라가 더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그리고 낙태를 하기로 마음먹은 클레어는 조쉬와 함께 클리닉을 찾고 의사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과정을 진행한다. 약을 먹고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자신을 빠져나가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리는 클레어는 마침내 그 과정이 끝났을 때 죄책감에 휩싸인다.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조쉬는 클레어에게 말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너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알지?

그리고 20대인 클레어와 조쉬는 그렇게 그들이 어른이 되고 있음을 알아간다. 더 이상 어떤 일도 연습할 수 없는, 그냥 있는 그대로 스스로 해결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그 성장을 조쉬와 친구들은 그동안 함께 만들어 왔던 카드 보드지로 만든 빌딩 숲을 부수는 걸로 끝을 낸다. 조쉬의 팬케이크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이 행위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사용재료

밀가루 2컵, 우유 1과 3/4컵, 달걀 2개, 설탕 1/3컵, 바닐라, 버터 (+베이킹 파우더)

조쉬 토마스의 레시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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