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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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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에피소드 9. Champagne

시즌3 에피소드9, 관람차

'축배를 든다.' 

축배에 가장 어울리는 음료는 아마 샴페인일 것이다. 

그래서 한 해가 다 지나가는 연말에 샴페인은 꽤나 어울리는 술이다. 한 해가 즐겁고 좋은 일로 가득 찼기 때문에, 또는 더럽고 치사한 한 해였기 때문에 그러한 일 년이 끝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마셔보았다. 결국 샴페인은 기뻐도 슬퍼도 축제의 술이고 기쁨의 술이다.


힘들고 고민이 많은 날, 조쉬는 친구들과 대관람차에 올라 엘라가 준비한 샴페인을 마신다. 그라인더로 만난 '친구' 벤의 수술 날에 조쉬는 아놀드에게 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엘라는 관람차를 타러 갈 것을 제안한다. 조쉬, 아놀드, 톰, 엘라, 그리고 클레어까지,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함께 관람차를 타러 가고 그 한 공간에서 서로에게 말하지 못 한, 또는 말하지 않은 일들은 뜯긴 올이 풀리듯 각자의 입에서 술술 나오게 된다.

그런 자리에 샴페인까지 가져온 엘라는 말한다. '어쩌면 관람차가 내 최고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나 봐.'


시즌3 에피소드9, 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샴페인, 알코올은 고민이 많은 날 마시고 싶은 법이다.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취하고 싶지 않다면 샴페인은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깔끔하고 톡 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샴페인은 괜찮은 술이었다.

나에게 술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평생 마시지 않아도 되는 음료 중 하나다. 술을 마시면 오히려 다음 날의 숙취가 걱정되고 졸리기만 하다는 게 술을 멀리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술을 마시는 날은 1년에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더더욱 술을 마시는 날이 없다. 

그런 나임에도 술을 마시고 싶은 날들이 있긴 하다. 스트레스가 생각지도 못하게 많이 쌓인 날 또는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들. 그러니까 힘든 날 모두가 그렇듯 술을 찾게 된다. 또는 정말 기쁜 날. 

하지만 슬픈 날 술을 마시면 한없이 더 슬퍼지고 기쁜 날 술을 마시면 주체할 수 없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되면 전날 밤에 있었던 일들은 사라지게 된다. 술을 마시게 된 이유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마음의 짐은 조금이라도, 잠깐이라도 놓을 수 있게 된다.

 

시즌3 에피소드9, 조쉬와 아놀드

벤이 수술을 받다가 죽으면 어쩌지, 조쉬가 벤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톰이 아직 클레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의 전 여자 친구에게 어떻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까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그래도 샴페인을 마시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들을 어떻게든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조쉬는 아직 아놀드를 사랑하고, 톰은 클레어에게 아무 감정이 없고, 전 여자 친구의 블렌더는 닦지 않고 집 앞에 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축제의 음료라고 축제에서만 마실 필요는 없다. 고민이 해결되는 것 자체가 축제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것에 더하여 벤의 수술이 잘 되었다면 더욱더.



크리스마스 당일 샴페인을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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