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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un 15. 2018

PLEASE LIKE ME 6.

시즌 1 에피소드 4. All You Can Eat

시즌1 에피소드4, 콜라 슬러시

뷔페는 항상 정말 친한 친구와 가거나 가족들끼리만 간다. 두 명이서는 거의 가지 않으며 세 명 이상일 때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리고 절대 처음 만난 사람하고는 가지 않는다. 

Please Like Me의 이 에피소드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관계들을 보여 준다. 세상에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지만 우연히든 필연이든 지금 함께 있는 사람, 또는 지금 만나게 된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이혼 후 온라인 데이팅을 시작한 로즈는 첫 데이트를 뷔페식당에서 하게 된다.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소지품이 없어질까 두려어 함께 음식을 가지러 가지 않는 그런 남자랑.

당연하게도 로즈의 데이트는 어색하고 재미없다. 음식을 먹으려고 식탁에 돌아오면 남자는 자기 차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데이트이지만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지만 로즈의 데이트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 처음으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리고 데이트를 하는 것에 신나 있던 로즈가 디저트로 먹을 아이스크림에 토핑을 올리면서 데이트 상대를 돌아보는 모습은 애석하기만 하다.


나는 뷔페를 좋아한다.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잘 짜인 메뉴와 깨끗한 음식으로 정돈되어 있는 식당에서 양껏, 먹고 싶은 음식들을 골고루,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음식을 먹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인다. 그리고 난 항상 다양한 음식들을 앞에 두고 나의 개인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원하는 조합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쉽게도 한식으로는 어렵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집에서 먹기에는 귀찮은 방법이다. 그래서 뷔페를 선택하고 특별한 날에는 뷔페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뷔페에 갔다고 지나친 과식을 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뷔페는 나에게 더 좋은 음식점이 되었다.


시즌1 에피소드4, 혼자

그럼에도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는 절대 뷔페식당에 가고 싶지 않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쇼핑을 가지 않는 것처럼. 뷔페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갔을 때 가장 어색하고 불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호감이 있는 남자나 여자와도 뷔페는 가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간 적이 있었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고 집에 오는 길에는 배가 고팠다. 

내가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을 가지 않는 이유는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 그런 척 하지만 평생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았던 나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고르는 옷을 보고 나를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당에서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먹는 조합의 음식, 내가 먹는 양을 보는 것이 싫었다. 학창 시절 급식을 먹을 때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는 양껏 맛있게 먹지만 학기 초에는 조금씩 먹으며 점점 힘들고 배고프고 몸무게가 줄기 시작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걱정될 정도로 말랐던 일곱 살에서 아홉 살의 내가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키도 크고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내 무게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열한 살의 나는 샤워를 하면서 나의 몸을 보고 내 몸을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뱃살이 생겼고 허벅지가 두꺼워지면서 점점 내 몸을 가릴 수 있는 옷들을 찾기 시작했다. 음식은 좋았지만 그 음식으로 인해 살이 찌는 것이 싫은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나는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내 다리의 두께, 교복의 크기에 신겨쓰기 시작했고 살을 빼겠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밥을 조금 먹으면 금방 몸무게가 줄게 된다는 것을 알고 나 자신을 굶겼다.

나의 무게에 대한 관념은 대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건강한 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고 장시간 통학을 하며 피곤하지만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원치 않았던 강의 시간표로 캠퍼스의 언덕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갔고 점심시간은 주어지지 않은 학기가 있었다. 그 학기에 난 누가 봐도 너무 살이 많이 빠져서 말랐다는 몸이 되었다. 매일이 너무 힘들었고 피곤했고 배고팠다. 밤 아홉 시가 돼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아침과 점심은 커피 한 잔 또는 삼각김밥, 빵 하나로 때웠고 그렇게 4개월을 지내면서 내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난 매주 줄어드는 몸무게를 보면서 한 편으로는 기뻤다. 배고픔과 고단함을 얻은 몸무게는 종강을 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몸무게와 함께 돌아오지 않은 것은 나의 체력과 건강이었다. 이 4개월이 지난 후 난 평소보다 자주 아팠고 평소 아프지 않았던 곳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직 회복 중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절대 회복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시즌1 에피소드4, 떠날 사람들

언젠가 보았던 <사만다 후>라는 드라마에서 비건과 데이트를 하게 된 사만다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그녀의 데이트는 샐러드를 주문한다.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는 사만다에게 '샐러드는 여성분 음식이겠죠?' 라며 샐러드를 사만다 앞에 두려고 한다. 수많은 드라마들 중에 이 장면은 가끔씩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재생되는 장면 중 하나다.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인 식사 시간에 우리는 왜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는지. 특히 여성의 경우, 특정 나이가 되면서부터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어떻게, 얼마나 먹고 있는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만족스럽게 고르게 되었는지. 왜 수많은 음식들 중 샐러드는 에파타이저가 아닌 여성들의 주요리가 되었는지. 샐러드만 먹기에는, 내가 먹는 것을 보여주기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기엔 세상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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