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리하는 일상 Mar 30. 2018

PLEASE LIKE ME 1.

시즌1 에피소드3. Portuguese Custard Tarts

시즌1 에피소드3, 저녁 파티

처음으로 생긴 남자 친구와 친구들을 만나는 다소 어색한 파티 날, 조쉬는 디저트로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를 만들어서 간다. 겉은 바삭하고 담백하지만 속은 햇살과 같은 따뜻하고 달콤한 노란 커스터드로 가득한 에그 타르트는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 엄마는 직업상 음식들의 영양 성분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좋아하신다. 음식을 먹을 때도 여기에는 어떤 비타민이 풍부하고 어디에는 미네랄이, 식이섬유가, 단백질이 많으니 건강에 좋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리고 달걀을 먹을 때는 달걀은 완전체 식품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꼭 그것 때문에는 아니더라도 우리 집은 어떤 식재료보다도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다.

달걀의 용도는 어쩌면 어떤 식재료보다도 다양하다. 반찬이 떨어진 날에 달걀은 프라이, 말이, 찜, 국의 재료로 사용된다. 밥맛이 없을 때는 달걀 프라이 또는 써니 사이드 업과, 간장, 참기름을 함께 넣은 달걀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아침 식사가 버거운 날에는 삶은 계란을, 뭔가 특별한 요리를 해보고 싶은 날에는 달걀말이를 해보기도 한다. 달걀은 다채롭고 맛있기 때문에 항상 냉장고에 상주하고 있고 달걀이 떨어지는 날에는 아무리 다른 재료들이 많아도 냉장고가 비어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시즌1 에피소드3, 혼자 에그 타르트를 먹게 되는 조쉬

하지만 나에게 달걀이 가장 중요하게 된 것은 베이킹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내가 처음 밥솥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던 그때 만들었던 빵은 달걀이 여섯 개에서 일곱 개가 들어갔다. 흰자로 머랭을 치고 달걀노른자, 우유, 설탕, 식물성 기름, 밀가루를 한데 섞어 밥솥에 30분가량 익히는 그 빵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하고 따뜻하고 달았다. 

그리고 한 번 만드는데 이 빵만큼이나 달걀이 많이 필요한 음식이 바로 에그 타르트, 또는 에그 타르트 속 커스터드라고 할 수 있다. 조쉬가 쿠키 타르트 지를 사용한 타르트가 아닌 바삭한 페이스트리 타르트 지를 사용해서 에그 타르트를 만들었다는 것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일 수 있지만 친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페이스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하면 절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는 만들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에 그 에그 타르트를 먹는 사람은 조쉬뿐이었지만.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는 혼자 한 개를 들고 먹을 수 있고 달콤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노란색이라는 점과 커스터드의 그 부드러운 크림의 느낌은 먹는 동안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여럿이 모인 저녁 파티에는 좋은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처음 에그 타르트를 배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그 바삭함과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 때문에 자꾸 손이 가게 되는 디저트이기도 하다.


사실 난 에그 타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종류의 타르트 중 고를 수 있다면 왜 굳이 에그 타르트를 먹느냐는 생각이 있었고 에그 타르트를 먹어 본 기억도 거의 없다. 어쩌면 가장 처음 먹어 본 에그 타르트는 지금도 유명한 KFC의 에그 타르트였을 것이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고 반 정도 먹고 남겼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먹어 본 에그 타르트는 꽤 최근이었다. 어쩌다 에그 타르트 한 상자를 선물로 받게 된 그때는 이미 <Please Like Me>를 본 후였고 에그 타르트 레시피를 몇 개 찾아본 후였다. 시나몬 가루와 슈가 파우더를 타르트 위에 솔솔솔 뿌려 먹었고 너무, 너무 잘 먹었다. 심지어 하루 지나 타르트 지가 눅눅했는데도 말이다.


시즌1 에피소드3, 파이와 타르트의 차이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를 만들어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조쉬는 자신에서 파이와 타르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 페그 이모와 자신이 만든 타르트에 대해 언쟁을 하게 된다. 반죽을 잘 못 했다는 이유로 페그 이모는 조쉬의 에그 타르트를 '파이'라고 부르며 맛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 파이와 타르트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하다. 뚜껑이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들 하지만 가끔은 뚜껑이 없어도 파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달걀은 조쉬의 타르트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다 말리지만 스포츠카를 구매 한 조쉬의 아빠의 차는 그 날 저녁, 누군가가 던진 달걀에 범벅이 된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부분은 파이와 타르트의 구분도, 아빠의 달걀 맞은 차도 아니다. 이 에피소드가 특별한 이유는 조쉬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페그 이모 자신의 게이 손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으며 그게 만약에 신의 뜻이 아니라면 닥치라고 하라는 말을 남기며 교회를 떠난다.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로 스타트를 끊은 이유는 사실 없다. 언제가 한 번 페이스트리 지를 사용한 타르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이 반죽을 만드는 어려운 과정도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힘들지라도 가장 뜨거운 오븐에서 살짝만 구워주는 에그 타르트를 꺼낼 때면 그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는 듯하다. 노란 커스터드에 카라멜화가 되어 검게 그을린 시나몬 설탕 시럽, 그리고 겹겹이 부불어 오른 페이스트리가 오븐에서 꺼내어지면 이제 약간의 기다림만 남게 된다. 완전히 식기 전에 먹는 따뜻한 에그 타르트는 사랑이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이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를 만들어 준다면 그것은 당신을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치 조쉬가 처음으로 자신의 남자 친구를 데리고 친구들의 저녁 파티에 가면서 이 디저트를 준비한 것처럼 말이다. '나를 좋아해 줘. 그리고 내 남자친구도.'




사용재료

타르트 지: 밀가루 280g, 소금 1/4tsp, 물 205ml, 버터 230g

커스터드: 밀가루 30g, 우유 40ml, 물 150ml, 백설탕 250g, 시나몬 스틱 1개, 살짝 끓인 우유 240ml, 바닐라 엑스트렉 1tsp


이전 01화 PLEASE LIKE ME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