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Please Like Me 요리 05화

라이킷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요리하는 일상 Jul 17. 2018

PLEASE LIKE ME 7.

시즌 1 에피소드 5. Spanish Eggs

시즌1 에피소드5, 조쉬의 생일 준비

모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너무나 사랑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어도, 혹은 그 사람이 가족일지라도 내가 떠나든 그 사람이 떠나든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마침내 헤어지게 되어있다. 스패니쉬 에그, 또는 샤슉카, 또는 에그 인 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음식은 여러 가지 재료와 토마토의 빨간색,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의 쨍한 색깔의 조합이 이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페그 이모와 보낼 마지막 날 아침에 조쉬는 스패니쉬 에그를 만들며 이모와 춤을 춘다. 그 전 편에서 조쉬는 이모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어쩐지 스패니쉬 에그는 나에게도 좋으면서도 슬픈 음식이다.

시즌1 에피소드5, 이미 떠나버린 마음

내가 가장 건강하지 못 한 생활을 하며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 상태가 바닥이었던 해는 아무래도 2016년일 것이다. 이 전 뷔페 포스트에서도 매주 몸무게가 줄어가며 고의든 아니든 음식을 먹지 못 했던 해도 2016년의 가을과 겨울이었으며 타지에서 혼자 생활을 하며 건강하지 못 한 식습관과 식생활을 갖게 된 것도 2016년의 봄이었다. 먹기 싫을 때 먹지 않았고 먹고 싶을 때는 폭식을 했으며 시리얼 한 봉지를 그 자리에서 다 먹기도 했으며 때로는 굶기도 했다. 혼자 생활을 하면서 기숙사 친구들이 하나둘씩 집에 갔고 나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고 아침이 되면 나의 외로움과 우울을 되돌아보고 싸워야 했다. 가장 향수가 심했던 시기에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돌아와서도 불면증에 시달렸다.

가장 힘들었던 그 시기에 그럼에도 나에게 요리하는 즐거움과 포만감을 줬던 음식이 샤슉카였다. 어느 날 유투브에서 본 이 음식은 만들기 쉬웠고 재료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밥과 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고 아니면 그냥 따로 먹어도 되는 음식이었으며 탄수화물이 먹고 싶을 땐 빵과 함께 먹어도 되는 음식이었다. 그 당시 달걀과 토마토는 냉장고에 항상 있었던 재료였기 때문에 샤슉카는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아직도 반찬이 부족한 날이면 샤슉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많들기 편리하고 재료는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이 음식을 만들기 좋아하는 이유는 비단 그 편리함 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즌1 에피소드5, 조쉬제프리 클레어톰니브

스패니쉬 에그의 에피소드는 조쉬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조금씩 균열이 일어났던 모든 관계들은 마침내 부러진다. 톰과 니브도 조쉬와 제프리도,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았든 페그 이모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떠나가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상황을 맞이하고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그 관계를 놓아버리는 것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이미 놓아버리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존재한다.

나는 항상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지만 정말 혼자라고 생각하며 외로워했던 2016년 봄에는 오히려 그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항상 독립심이 강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그 자유는 내가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엔 그 외로움 속에서 그 누구도 이렇게 외로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혼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친구를 사귀고 데이트를 하고 파티에 가며 단편적인 관계였을지라도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타지에 머무를 관계들일지라도, 집에 돌아오면 사라질 관계들일지라도.

그래서 어쩌면 끝나는 관계 속 쓸쓸함 속에 스패니쉬 에그는 꽤나 잘 어울리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끝은 때로는 새로운 것의 시작이라고 하기도 하니까. 태양같이 밝은 노른자와 그 노란색을 둘러싸고 있는 빨간 토마토 소스, 취향에 따라 넣은 색색의 야채들의 조화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시즌1 에피소드5, 테마가 있는 저녁 식사

그리고 사실 아직도 스패니쉬 에그와 샤슉카/에그 인 헬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샤슉카인 이스라엘의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스패니쉬 에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스패니쉬 에그에는 대부분 초리조 소시지를 사용하고 오븐을 이용하지만 샤슉카는 고기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여 음식을 익힌다. 나의 경우 초리조 소시지를 사지 않고 베이컨을 이용하여 오븐에 구운 그 중간의 어느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