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좋아요가 나를 흔드는 순간
가족들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밝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작은 비밀을 털어놓은 이후, 가족들의 응원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건 언제나 따뜻한 응원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숫자가 마음을 흔드는 차가운 순간도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가 반짝였다.
첫 구독자가 생겼을 때는 모니터 앞에서 혼자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그 한 사람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숫자를 세고 있었다.
좋아요, 구독자, 방문 수.
그 숫자들이 내 글의 진정성과 가치를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모두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부담도 따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구독자 수가 한 명 줄었다.
그 줄어든 숫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졌다.
나는 곧장 내 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글이 지루했나 봐.”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며 괜히 마음이 무너졌다.
단단해지고 싶어 쓴 글이,
오히려 나를 흔들고 있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구독자 수가 로켓처럼 오를 때면 부러움이 밀려왔다.
나의 자신감은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때, 우연히 한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많은 구독자를 가진 그분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글의 본질로 돌아가겠다.’
순간, 그 한 문장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래, 나 역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내 하루를 기록한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비행 중의 에피소드, 승객의 미소, 동료의 한마디.
그 평범한 순간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한 내 일상을 다시 생기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게 글이 가진 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구독자 수에 대한 고민’을 글로 썼다.
놀랍게도 많은 작가님들이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셨다.
“저도 같은 고민을 해요.”
“그럼에도 계속 써요, 우리.”
그 말들이 마치 편지처럼 마음에 닿았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왜 그토록 작은 숫자에 매달렸을까.
글을 쓰며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숫자가 아니라 ‘연결’이었다는 것을.
숫자는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좋아요 수는 줄어들어도,
그 안에 담긴 온기는 내 안에 오래 남는다.
내 스스로가 글 쓰는 것을 즐기고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면,
그게 어떤 숫자든 나는 글과 함께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