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플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는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왜였을까. 이번만큼은 조용히, 나 스스로 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대부분의 일에 작심삼일이라는 걸.
기타도, 그림도, 몇 번의 열정 뒤에 멈춰버렸던 전적이 있었다.
그래서 응원을 가장 먼저 받고 싶으면서도,
이번만큼은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힐 때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일상을 기록한다는 게 어쩌면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일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다. 초반의 글들은 오롯이 내 힘으로, 묵묵히 쌓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은 은근히 외로운 길이었다.
결국 나는 조금씩 가족들에게도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엄마, 나 글 써”
그때 엄마는 크게 웃으셨다.
“이번에도 그냥 취미 하나 더 늘린 거 아니야?”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응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동안 내가 자주 멈췄으니까. 기타도, 그림도.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는 글 쓰는 자체가 즐거웠고,
글을 쓰는 동안 내 일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다.
이건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억지로 이어가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밝히는 습관이자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주 가족들이 내 글을 찾아 읽는다.
그리고 메시지를 남긴다.
“이번 주 글도 잘 보았어요~ 작가님~”
숨기던 일이 이제는 함께 웃을 수 있는 기쁨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가까운 이들의 응원들은 내 발걸음을 지탱해 주었지만,
동시에 글쓰기가 마주하는 냉정한 현실도 있었다.
숫자는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곧 마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