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 - 페르귄트 모음 중 1번
'아침 기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아침의 음악

by 구름 위 기록자

새로운 시작을 떠올릴 때,
2026년의 첫 아침에 어울리는 한 곡을 듣고 싶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물론 길게 생각한 고민은 아니었다.
정말 단순하게도,이 곡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선택지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새해의 아침’을 내 머릿 속에 그려내는 곡은
결국 한 곡이였다.


비행 스케줄도, 출근 시간도 없는 아침.
알람 대신 음악으로 하루를 여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더 이 곡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예전에 대한항공이 ‘고요한 아침’의 이미지로
이 곡을 사용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한동안 보딩송으로 흘러나오며‘여행의 시작’을 알리던 음악이기도 했다.


바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 중 1번 '아침 기분' 이다.


포털에 ‘새해를 위한 클래식’을 검색해 보아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곡 역시 이 음악이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아침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에드바르 그리그'는
이 곡을 새해를 위해 만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은 우리에게

새 아침’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곡의 첫 소절은 고요하고 안개가 자욱한 풍경 속에서
아침 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그리고있다.

밤새 내려앉아 있던 어둠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공기마저 따뜻해지는 순간.

'아침의 기분'은 다른 변주 없이
플루트와 오보에 같은 목관악기로
부드럽게 하루의 문을 연다.

그 울림은
마치 새 아침을 조심스럽게 깨우는 신호 같다.

곡의 중반으로 갈수록 현악기와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팀파니가 더해지며
아침은 서서히 온기를 띠고 조금씩 밝아진다.

그렇게 표현되는 곡 전체의 온도는 끝까지 온화하고 따뜻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벽의 이미지에서
그리그가 곡을 포르테(Forte 강하게) 로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순간을‘구름을 뚫고 나오는 태양’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그 외의 대부분은
피아니시모(PP 매우 여리게) 와 피아노(P 여리게)로 강약을 조절하며
은은하게 퍼지는 햇살을 표현한다.

마치 한 폭의 그림에서 붓에 들어가는 힘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그리그는 소리로 아침을 그린다.

붓 대신, 음을 들고.

그 섬세한 조율 끝에 우리는 지금까지도
이토록 완벽한 아침의 음악을 선물처럼 듣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이 곡이
새해의 음악으로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바라는 새 출발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란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조용히 밝아오는 아침.


오늘 하루,
알람 대신 이 곡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아침의 기분으로.


https://youtu.be/g2-a63dCPT0?si=lf1TEgVXpIroOX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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