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B-GRU _0206 2016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정식으로 일하게 하게 된 승무원입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더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첫 정식 비행을 앞두고, 같이 일할 선배들에게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담담해 보이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지만,
손 끝이 떨리는 건 감출 수 없었다.
이 설렘은 트레이닝을 마치고 정식으로 비행을
하게 된 감격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힘들기로 소문난 '상파울루' 비행이
첫 임무라서 생긴 긴장감일까?
모든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서 뒤섞었던 것 같다.
함께 일하게 될 퍼서 (사무장)은 브라질 출신이었다.
내 소개가 끝나자 활짝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Don't Worry! Everyone has their first time.
You will be fine."
(걱정하지 마 모두에게 처음이 있어! 너 잘 해낼 거야.)
그 짧은 한마디가, 낯선 기내 안에서
홀로 떠 있는 듯한 긴장을 스르르 녹였다.
내가 비행에서 맡은 포지션은 L4,
비행기 왼쪽 네 번째 출입문을 담당하는 자리였다.
직접 문을 점검하고 작동시키고, 그 문을 통해
누군가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
막중한 책임이자,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그제야 진짜 실감이 났다.
'그래, 나 정말 승무원이 되었구나.'
비행은 생각보다 훨씬 분주했다.
곧 열릴 브라질 최대 축제 '카니발'을 앞두고,
승객들은 비행 내내 한껏 들떠 있었고, 계속 울리는 콜벨은 마치 축제 음악처럼 기내를 울려댔다.
그 와중에 문득 스친 생각.
"에미레이트가 아니었다면,
평생 브라질에 와볼 일이 있었을까?"
그 물음 하나에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감정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갤리(기내 조리 공간)로 물을 마시러 온 승객들에게
선배들은 웃으며 말했다.
“얘 오늘이 첫 비행이에요!”
승객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기뻐하며 외쳤다.
“Welcome to Emirates!”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쌈바 수업.
브라질도, 카니발도 모두 처음이라는 내 말에,
한 손님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곧 박수와 웃음이 갤리를 채우고, 크루들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췄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 이게 에미레이트구나.
이렇게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구나.’
14시간의 비행이 끝나갈 무렵,
기장님의 착륙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갤리는 다시 분주해졌다.
20개가 넘는 무거운 컨테이너를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동료들을 도왔다.
꿈속에서 그리던 모습,
우아하게 걸으며 레이오버를 계획하던
승무원의 모습은 땀이 흐르고, 스타킹이 나가버린 채 컨테이너를 옮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게 싫지 않았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충만했다.
비행이 끝나고, 쌈바를 가르쳐줬던
승객이 다가와 말했다.
“You were amazing!
Thank you so much for your service!
Wishing you a wonderful first time in
Brazil and the Emirates!”
그 말이, 피로한 다리보다 마음을 더 무겁게 눌렀다.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그날 나는, 퍼서와 동료들에게 ‘칭찬 레터’를 받았다.
그 편지는 아직도 내 일기장에 붙어 있다.
언제 꺼내 봐도 힘이 되는
나의 시작을 기억하는 증표처럼.
모두에게는 처음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처음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의 첫 비행에,
내가 그 따뜻한 ‘처음’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