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이 미덕인 시대에, 기다림은 종종 낭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곧, 그 안에만 깃들 수 있는 결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을은 순식간에 붉어지지 않는다.
해가 천천히 기울며 붉은빛을 한 겹, 또 한 겹 덧칠할 때야
비로소 하늘은 장관을 완성한다.
윤슬 역시 하루 끝에서야 바다 위로 흩뿌려진다.
온종일 바위에 부딪히며 지친 파도를 감싸 안는 빛은,
기다림의 끝에 주어지는 위로다.
뜨거운 물에 천천히 우러나는 차 한 잔,
대중교통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출근길 풍경,
그리고 수차례 퇴고와 숙성을 거쳐 완성되는 한 편의 글.
모두가 시간이 빚어낸 선물이다.
시간은 기다림을 요구하지만, 그 기다림이야말로 우리를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예전에는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 시간을 견뎌낸 나는, 이전의 나와 같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이고도 값진 변화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우리를 익혀내는 과정이다.
햇볕을 쬐고, 비를 맞으며,
인내와 기다림을 통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야무지게 영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