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난 긴 여행의 시작.
증상
33살 먹은 몸과 마음이 집을 나갔습니다.
1. 세상 모든 것을 하고 싶지만, 늘 암-것도 시작하기 어려운 무기력증
2. 마음의 구름 : 언제나 비 오기 직전이나 비는 오지 않음. 365일 무겁고 습함.
3. 남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눈치. 나를 돌보는 게 무엇인지 잘 모름.
4. 몸도 마음도 쉬이 나아지지 않음으로 반복되는 좌절감과 조급함의 무한 사이클.
5. 몸의 특정 부위들을 잘 느낄 수 없음.
6. 어깨, 목, 턱관절, 골반을 비롯한 각종 부위별 근긴장
7. 미친듯이 몸이 무겁다. 피로의 선을 넘은 것 같은 몸의 짙은 쩔음.
8. 기립성 저혈압 실신, 디스크, 만성비염, 알러지천식, 역류성식도염, 종합 결절세트...등등.
10. 그래놓고도 뭘 믿고 절대 꺼지지 않는 막연한 희망과 긍정의 불씨 한알 정도.
치료 히스토리
- 셀 수 없는 온갖 병원치료비가 월급과 맞먹기 시작함
- 두 번의 퇴사(죽지 않기 위한)
- 한 번의 세계탐방 중 이메일 상담을 받고,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것을 만나며, 5개국 8명의 선생님을 만나서 레슨을 받고, 3개의 학교를 방문.
실패원인 분석 및 전망
- 우선 30이 넘으니 회복이라는게 짤없음.
-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쉽사리 돌아올 놈들이 아님.
- 각잡고 인생을 털어 바쳐야만 만회가 될까말까 싶음.
극약 처방
- 몸마음 찾아 떠나는 여정 3년.
병들고 찌든 몸과 마음은
가만히 있는다고 돌아오진 않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돌려내 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내 스스로 그 길을 찾아내야 할터.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새삼 낯선 것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
나의 온전한 몸과 마음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유도 모른채 닳고 닳아 쪼그라 든
내 몸은, 내 마음은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온갖 병원을 전전해도 나아지지 않는 몸에
눈물로 밤도 지새워보고
작은 일 하나 해내는 것도
곧죽어도 어려워하는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을 붙들고
고민과 고민으로 성을 쌓다가 결국은
내 방식대로 조금은 무식하게
3년의 인생을 걸고 실험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잘 다니던 회사의 7년의 경력도,
찬찬히 살아보겠다고 다시 어렵게 얻은 새로운 직장도 내려 놓고,
남들은 신혼집과 혼수를 했을 돈과
남은 퇴직금을 박박 긁어 모아
역시나 대책없는 남편과 함께 눈떠보니
어느새 아일랜드 골웨이의 외딴 호수마을에 와있다.
소와, 말과, 양과, 알렉산더 테크닉 학교가 있는 곳.
참으로 답 없고 한치 앞 모르는
지난한 유학생활과 함께 벌어질
몸마음탐구생활의 여정을
찬찬히, 집요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3년의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되찾을 수 있을까?
희망의 불씨 한알에
끈질기게 매달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