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Flower Remedies
학교 동기 올리브가 어느날 바흐 플라워 레메디를 아느냐고 물었다. 들어본 적은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학교 선반 저 구석에 알 수없는 작은 갈색 약병들이 잔뜩 들은 박스를 꺼내더니, 아무거나 하나 골라보라고 한다. 처방에 따라 쓰는 것이긴 하지만, 너의 직관을 믿고 하나만 골라보라고. 너의 몸이 필요로 하는 꽃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 정규교육으로 녹슬 대로 녹슨 나의 직관의 문을 삐그덕 열어서 내가 고른 것은 walnut 이었다. 검색해 보니 인생이 변화하는 시기,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내 과거를 놓지 못하고 고집부리고 있을 때 도움을 준단다. 재미나다. 그 주에 관련 책을 빌렸다.
1930년, 내과 의사이자, 동종요법 치료사였던 에드먼드 바하는 영국 산골짜기 꽃들이 흐드러진 자연 속에서 살며 꽃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법을 발견해낸 사람이다. 그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쌓이면 그것이 몸과 마음의 에너지 흐름을 막게 되어 면역력이 낮아짐과 동시에 특정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질병으로 인한 몸의 증상과는 상관없이 그 원인이 된 감정을 해소하면 자연히 그 질병이 치료된다고 주장했다.
자연 속에 파묻혀 살던 그는 특정 꽃이 특정한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아주 예민한 감각을 타고나 혀에 꽃잎을 한올 올려만 놔도 그 효능이 무엇인지 알아맞추곤 했다던 그는 그 통찰력과 예민한 오감으로 꽃을 가지고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꽃의 약효를 최대한으로 얻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꽃들과 함께 생활하던 그는, 새벽 동이 틀 무렵 꽃잎에 맺힌 이슬이 햇빛을 받으며 그 꽃의 효능을 강력히 담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바하는 꽃잎들을 유리잔에 담아 용천수를 넣은 뒤 그 꽃이 있는 근처에 놓고 몇시간 동안 햇빛을 쬐게 해 그 꽃의 힐링에너지를 극대화 시킨 꽃 에센스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변화는 아주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믿었다. 몸과 마음을 꽉 막고 있는 어떠한 감정에 작고 부드러운 힘을 가진, 진동하는 파장과 같은 꽃의 에너지가 피어오르며 신기하게도 질병을 치료하게 된다는 것을 많은 환자들을 봐오며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의 치료법이 vibrational healing 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때문일까?
수많은 실험과 검증 끝에 바하는 38 가지의 감정에 좋은 효과를 가진 꽃들을 찾아내어 38개의 플라워 에센스를 만들었다. 모든 꽃은 각기 다른 세부적인 감정에 따라 처방되지만, 바하는 크게 7가지 감정군으로 구분을 하기도 했다.
1. 두려움 : Rock Rose, Mimulus, Cherry Plum, Aspen, Red Chestnut
2. 불확실함 : Cerato, Scleranthus, Gentian, Gorse, Hornbeam, Wild Oat
3. 주어진 현재에 온전히 머물지 못함 : Clematis, Honeysuckle, Wild Rose, Olive, White Chestnut, Mustard, Chestnut Bud
4. 외로움 : Water Violet, Impatiens, Heather
5. 외부 영향이나 다른 생각들에 지나치게 예민함 : Agrimony, Centaury, Walnut, Holly
6. 의존과 절망 : Larch, Pine, Elm, Sweet Chestnut, Star of Bethlehem, Willow, Oak, Crab Apple
7. 나보다 남을 지나치게 돌봄 : Chicory, Vervain, Vine, Beech, Rock Water
큰 구분을 무슨 기준으로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재미난 구분이다. 의존과 절망이 한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다. 절망을 했는데 의존을 하는거면 그나마 절망만 하는 것 보단 낫지.(?;) 그리고 주어진 현재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는 것을 감정으로 넣어놓은 것도 이상하고 재밌다. 분노나 화가 없는 것도 신기한데, 분노는 이전의 기제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본 것일까?
어찌되었든, 큰 구분으로 볼 때는 생략된 것이 많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설명이 굉장히 자세하고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수레국화를 예를 들어 보면.
Centaury(수레국화)
; 종류가 많은 여러해살이 꽃으로 키는 5~35cm 정도로 자란다. 모래언덕이나, 마르고 잡초가 많은 곳에서 널리 퍼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작고 장미빛 핑크색을 띄며, 별모양의 꽃으로 볕이 강할 때만 꽃을 피운다. 6-8월에 꽃이 핀다.
> 약효의 극대화 방법 : 햇빛 (꽃잎으로 에센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용천수에 넣어 햇빛을 받게 하거나 끓이는 방법이 있다.)
> 주요 부정적 상태 : 남의 부탁을 거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그리하여 자발적 노예가 되곤 한다.
수레국화 성향의 사람은 섬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녀는 그저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혹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필요를 억누른다. Vine포도/Vervain마편초 성향의 사람은 그/녀를 곧바로 알아 볼 것이다!
수레국화 성향의 사람은 주변 지인이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자신의 가정이나 결혼생활도 포기할 것이다. 그/녀는 자주 피곤하며, 가끔씩은 다른 사람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진이 빠질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힘들고 단조로운 일을 포기하기는 커녕 불평도 쉽게 하지 않을 것이다.
슬프게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놓친다. 특히 모험이나 독립성에서 오는 기쁨과 흥분을 말이다. 그/녀가 만약에 결혼을 한다면, 상대방은 폭군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며 오는 성장의 과정을 회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아마도 어린아이처럼 자신이 가진 내면의 힘에 가닿지 못하기에,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강하고 강압적인 사람에게 굴복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 치료에 따른 잠재적 긍정 요인 : 줄 때와 주지 말아야 할 때를 분명히 아는 것.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되, 내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 나의 진정한 미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
> 병행하면 좋은 자가치유법들 : 내면의 힘, 균형, 자신감을 길러주는 유도와 같은 무예. 자기주장 트레이닝
> 수레국화 성향의 아이들 : 그/녀는 매우 조용하고 예민하며 반응적이다.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처방의 기준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그 사람이 가진 기질을 기반으로 처방을 하는 Type remedies, 그리고 일시적인 마음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하는 Helper remedies 가 있다.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꽃을 섞어서 처방할 수 있고, 섞을 경우는 6종류 까지를 섞기도 한다. 하지만 바하는 여러가지 꽃 보다도 제대로 된 한가지 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많은 나라에 이 처방을 잘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트레이닝 코스도 있고, 책도 많이 나와있는 편이다. 내가 읽고 있는 관련 책에서는, 그 사람이 꾸는 꿈에서 느끼는 느낌, 하는 행동과 이유, 꿈에서 겪는 문제점과 패턴 등을 참고하기도 한단다.(Flower Remedies, Christine Wildwood 이름도 멋지네 와일드우드..)
그리하여 복용 방법은, 꽃 에센스 한 두방울 정도를 혀 밑에 떨어뜨리거나 각종 음료에 타 마실 수도 있고, 목욕물에 넣을 수도 있고, 피부에 직접 바르는 방법도 있다. 어떤 꽃을 왜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용법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바하 플라워 레메디를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기도 하고, 비싼 가격에 비해 마음은 반신반의하여 써본적은 없었으나. 학교 동료인 올리브가 알려준 Rescue remedies(바하가 만든 믹스이며, 우리나라로 치면 우황청심환 같은 것. 쇼크, 패닉, 긴장, 불안, 히스테리아 등에 효과가 있는 5개의 꽃을 합친 긴급구조용 꽃 에센스를 부르는 이름) 캔디를 가끔 먹는데, 이게 묘하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것도 같고 뭔가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 것도 같으며 자꾸만 먹게 되어서(캔디라 그러한가) 자꾸만 궁금증이 더해가던 나는, 결국 셀프 생일 선물을 핑계삼아 20개의 플라워 레메디즈를 질렀다....! 38개 다 사고 싶었지만 너어무 비싸서 인터넷을 뒤져 제일 싼 곳을 찾아 개별 10개씩 2세트 주문을 해버렸다. 2탄에는 내가 고른 꽃들의 효능 소개와, 내 몸을 가지고 직접 실험한 결과를 적어 보도록 해야겠다!
읽고 있는 책의 마지막에, 바하가 한 말이 인상 깊다.
스스로 가진 내면의 치유의 힘이 알아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그 길의 문을 열어주는 작은 꽃의 진동. 사람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서도, 모두가 결국엔 자신의 내면의 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겠지요. 나는 나의 힘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가 힐러이다.
우리 본성 속의 사랑과 공감으로 우리는 진심으로 건강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누구나 도울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정신적 갈등을 찾아 그 특정한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약(Remedies)를 주고, 당신이 줄 수 있는 모든 희망과 격려를 주어라.
그 나머지는, 그의 내면에 있던 치유의 힘이 알아서 일으킬 것이다.
- Dr Edward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