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알렉산더 테크닉을 만나다.

몸을 사용하는 법을 새롭게 배우다.

by 안소담
앤머리의 집


정든 프란시스의 집과 리머릭을 떠나 코펜하겐에서의 한달이 시작되었다. 아일랜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도착한 코펜하겐 공항. 추웠다. 여름은 저멀리에 있었다. 푸릇푸릇한 아일랜드에 있다와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도시적이고 휑한 도심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도저히 이 많은 짐을 짊어지고 이 추운 도시를 횡단할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탔다. 무거운 캐리어와 배낭을 짊어지고 드디어 도착한 에어비앤비 호스트 앤머리의 집.


그녀는 우리를 보자마자 환영해!!! 하고는 목젖을 보이며 파하하!!! 하고 웃었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렸다. 그녀는 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호탕하고 씩씩하고 신나는. 마흔 중반의 노래선생님.


앤머리의 집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인테리어였기 때문이다. 무언가 잡동사니가 엄청 많았는데,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결을 이루며 집안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복잡한 어지러움일지 모르지만, 방한켠, 벽한켠 어느 한곳도 빠짐 없이 작은 역사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자라온 흔적이 집안 곳곳에 흐르고 있었다. 나는 앤머리의 집안 모든 곳이 너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집에 있으면 사랑이 마구 솟아나오는 것 같았다. 밝고 환하고 안락한.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공간의 힘!


꽃과 초록이들이 가득한 부엌. 화사한 해바라기 천의 의자가 포인트이다.
노래선생님에 걸맞는 오래된 피아노, 그리고 온갖 처음보는 피리들. 그리고 앤머리가 사랑하는 크리스탈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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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라이프 코치 타진을 거쳐 이메일 상담사 카트리나가 이어 준 세번째 점. 드디어 나의 첫번째 알렉산더 테크닉 선생님인 메리를 만나러 가는날.


메리의 방.


버스를 타고 약 20분 거리의 있는 메리의 집. 앤머리가 돈안내고 타도 아무도 검사 안할껄? 이라고 알려준 버스를 탔다. 물론 아주 비싼 한달 교통권을 보여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번째 수업을 받으러 갔다.


내가 지나치게 일찍 간 나머지 메리는 전 수업이 지금 막 끝나서 나에게 잠깐 방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수업을 받는 방안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악보대에 책들이 놓여져 있고 조용하고 평화롭게, 서양란들이 창가에 가만히 피어있는 모습이 무언가 그림 같았다. 그녀는 방에 들어와 정말 사람좋게 웃으며 의자에 앉으라 하며 알렉산더 테크닉이 무엇인지 간단하지만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인간의 몸은 중력의 힘에 반작용하여 자연스레 설 수 있는 반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메리는 모든 아이들의 자세를 보면 알수 있다며 아이들의 사진을 한참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거북목 사진과, 휘어버린 온갖 자세들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사진을 주의깊게 보니, 몸을 구부리거나 물건을 들 때, 쪼그려 앉을 때 조차도 척추가 아주 부드럽고 힘있게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어른이 되면서 가지게 된 온갖 나쁜 버릇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unlearn 하는 것. 그리고 몸이 가진 자연스러운 스프링을 되찾아 몸의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법을 되찾는 수련이라 했다.


더블린의 어느 공원. 아이와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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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내게 일어섰다가 의자에 앉길 권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아주 부드럽게 내 등과 몸의 근육들에 아주 사뿐히 얹혀졌다. 그 마법과도 같았던 손이 어깨에 얹혀졌을 때 나는 내 어깨가 잔뜩 움츠려져 있음을 느꼈다. 인지 하지 못하고 있던 몸의 곳곳의 긴장에 자연스레 주의가 갔다. 내 몸에 닿는 듯 만 듯 닿아있는 메리의 손바닥이 신기하게도 잔뜩 들어간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도록 유도했다.


나는 앉는 법, 서는 법, 눕는 법, 굽히는 법들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하는 법에 대한 훈련을 시작했다. 이 부분이 설명하기가 가장 난해한 부분이다. 선생님들도 레슨을 해주기 전까지는,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곤하는. 하지만 경험해보면 산수유와도 같이 너무나도 좋은데,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무언가.


첫번째는, 몸을 절대로 스스로 움직이려고 애쓰거나 결과를 느끼려 애써 노력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 Non-Doing 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지면 우리의 몸은 긴장하게 되어있는데 문제는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간 후에도 우리는 쓸데없이 몸의 긴장을 붙들고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깨는 움츠러들고, 척추는 줄어들고, 골반은 틀어진다. 첫번째로 내가 해야할 일은 애써서 몸의 긴장을 붙들고 있지 말고,

내가 긴장을 담고 있는 부분을 인지한 후 필요 없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Inhibition의 상태.


두번째, 내 몸의 관절과 근육들이 불필요하게 조여져 있는 부분들을 "release" 하는 것. 알렉산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특히 머리와 몸통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머리와 목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 목과 몸통이 이어진 부분이 아무 조임 없이 자연스런 상태를 되찾으면, 자연스레 다른 몸의 모든 부위는 유기적으로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론이고, 수만번의 임상 실험 끝에 이제는 유럽 전역에 널리 자리잡고 있는 알렉산더 테크닉 이론.


세번째, 몸의 자연스러운 방향을 되찾아 지속하는 것.

머리는 "forward and up"

척추는 "lengthen"

어깨는 "widen" 등등.

우리가 어른이 되며 나쁜 버릇에 잊게 되어버린 몸이 중력의 힘에 의지하여 자연스럽게 향해야 하는 방향을

몸에게 각성시켜 주는 것. 하지만 이 또한 결과를 생각하며 몸을 스스로 움직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저쪽으로 걸어야지~ 하고 생각만 해도 몸이 스스로 걷게 되듯 향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방향을 몸에게 request 하기만 하면 몸은 스스로 방향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이 난해하지만 산수유같은 이야기들을 메리와의 4번의 수업동안에는 도무지 잘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메리가 말하는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45분의 시간동안 의자에 앉거나, 책상위에 누워 메리의 손이 이끄는 곳으로 있는 힘껏 몰입하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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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손길이 가는 곳마다(몸에 손을 얹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는 것을 hands-on 이라 부른다.) 조금씩 조여져있던 근육이 풀어졌다. semi-supine 이라 불리는 자세로 누워 메리의 hands-on을 받고 나니 목 밑에 어깨가 있다, 라는 감정을 4년만에 처음으로 느꼈다. 사람들에게는 이게 참 당연한 일이겠지만, 마치 어떻게 걷고 앉는지를 잃어버렸던 것 같았던 4년의 근긴장의 세월속에서 살았던 나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천국같은 이완의 순간이었다. 늘 목이 어깨에 마구 꼬여 딱딱한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뿐히 얹힌듯, 옆,뒤로 깃털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기분. 관절과 관절이 단단히 조여져 뒤엉키지 않은 채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기분. 충격적이었다.


물론 일어서서 걷다보면 금방 다시 원래의 근긴장이 금세 돌아오긴 했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내 몸이 springy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나는 이 깃털같은 순간을 좀 더 연장하고 싶었다. 잠시동안 말고, 계속 이 순간을 유지하며 살고 싶었다. 조급함이 마음을 뒤엎었고, 조금씩 알 것 같던 마음과는 반대로 몸은 더 딱딱하게 굳는 것 같았다.


메리는, 너무 애쓰지 말라고 했다. 그 순간은 왔다가 가지만, 반드시 또 올 거라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조급하지 말자. 어떤 일에도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은 알고 있는, 내 조금은 지독한 긍정의 마음이 인내의 머리띠를 매고 다시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리머릭 어느 술집에 붙어있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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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부족한 영어때문에 어떤 사람과 같이있느냐에 따라 대화의 질과 양이 달라지곤 했다. 메리는 오랜 친구처럼 내게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던졌고, 그덕에 4일만에 메리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덴마크에 살고 있는 그녀는, Scottish이다. 영국에서 바이올린 선생님을 하다가, 갑자기 덴마크 작가의 작품 공부를 하고싶어 덴마크어 공부를 하고 덴마크에 넘어와 2년간 작가의 작품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덴마크의 그 작품수업이 하필 스웨덴어로 진행되었다고...ㅋㅋㅋ) 자유로운 영혼이 그녀의 부드러운 몸동작과 같았고, 그녀에게 흘러나오는 말과 에너지또한 부드럽고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넘나들었다.


마지막 네번째 수업날, 이제야 산수유 껍질을 혀에 찔끔 묻혀 맛본 나는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메리는 놀라웁게도 나에게 네번째 점을 찍어주었다. 메리가 vacation을 떠난 후 메리의 그리스 친구가 와서 메리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필 그 친구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가르치는 선생님만 가르치는 대부라고. 37년 경력의 메리를 훨씬 뛰어넘는 50년 경력의 그녀. 메리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며, 선생님도 뭣도 아닌 내가 덴마크에 머무는 동안에 그녀에게 특별히 레슨을 받을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었다. 맙소사.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녀는 you never know~ 라며 덴마크에 사는 스코티쉬인 자신에게 한국에서 온 니가 갑자기 레슨을 받겠다 하며 나타났고 그리고 또 그리스친구가 갑자기 이 코펜하겐에 나타났다고. 매우 인터네셔널하게 재미있다며.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헤어졌다. 그녀는 나의 레슨이 이어져나가는 소식을 계속해서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치유의 여행에서 계속해서 이어져나가는 신비한 점들을 기록해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메리가 빌려준 알렉산더테크닉 입문서, 앤머리집 거실에서 자주 즐겼던 페일에일과 커피.





여행 2년 후. 결국 시작되고야만 아일랜드의 알렉산더 테크닉 학교 이야기 >


1600시간의 교육을 마치고, 삶 속에서 벌어지는 알렉산더 테크닉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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