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008. 토끼와 거북이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처음 교단에 섰던 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땐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지 모를 정도로 경험도 노하우도 전혀 없었던 새내기 교사였다. 이런 초보 교사의 서투른 운전에 탑승한 녀석들의 얼굴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다.


툭 튀어나온 덧니가 매력적이던 찬영이. 이 아이는 유독 느렸다. 생각하는 시간도 남들보다 두 배로 길었고 발음도 부정확했으며 엉뚱한 대답을 할 때가 많았다. 이야기책을 들려줄 때는 누구보다 흥미 있게 듣던 찬영이었는데, 읽는 걸 너무 어려워했다. 친구들에게도 늘 먼저 다가갔던 찬영이었지만 학기말이 되자 공부도 교우관계도 전혀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이런 찬영이가 여간 풀이 죽어 보여, 하루는 녀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찬영아, 선생님이 이야기 하나 해줄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알지? 토끼랑 거북이랑 달리기를 했잖아. 토끼와 거북이중 누가 더 빠르지? 그렇지, 토끼가 빠르잖아. 그런데 누가 이겼어?”


“거북이요. 헤헤.”


“그래, 찬영아. 거북이가 이겼어. 거북이는 쉬지 않고 꾸준히 자기 속도로 갔거든. 찬영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네. 헤헤.”


“선생님 말 무슨 말인지 잘 이해했지? 찬영이 화이팅!”


“네, 선생님.”


다행이다. 녀석의 확실한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아뿔싸~! 녀석이 복도를 네 발로 기는 것 아닌가.


“찬영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거북이는 네 발로 걷잖아요.”


해맑게 대답했던 찬영이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찬영이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내게 남아 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애초에 거북이는 토끼랑 달릴 필요가 없었다.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자기가 잘하는 걸 하고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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