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흔히 ‘12년’을 쉬지 않고 학교에 다니게 된다. 지긋지긋한 학교를 다니며 ‘어른이 되면, 졸업만 하면’라는 생각을 안 해본 이가 있으랴. 그런 학교를 인생의 3분의 2이상, 아니 요절한다면 평생을 다녀야하는 직업이 있으니 바로 선생님이다.
선생님인 나는 방학 때마다 한글, 수학 부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 수업을 자원하곤 한다. 안 그래도 친구들 다 쉬는 방학에 못하는 걸 공부하러 왔는데, 담임 선생님 아닌 낯선 선생님을 만난 녀석들의 표정이란.
그중 특히 대한이는 발음이 부정확해서 조금 더 마음이 쓰였던 학생이었다. 난 걱정이 태산인데 녀석은 어찌나 해맑게 웃던지. 내 이름은 기억하지 않고 같이 공부했던 장소를 따서 “다목적실 쌤”이라고 부르는 녀석. 대한이가 한글을 배우기에 일주일이란 시간은 참 짧았고 녀석은 다시 여름을 즐기러 돌아갔다.
그 후 유독 그 녀석이 자주 보였다. 급식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학교 정문에서도 멀리서부터 나를 발견하고 앞니 2개를 드러내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녀석. 어김없이 1년을 마무리하는 겨울방학식 날에도 녀석과 마주쳤다.
“우와! 또 만났네요. 선생님! 우리 백천 번 만난 것 같아요.”
“그래, 우리 진짜 자주 만났네. 대한아, 겨울 방학 잘 보내라.”
‘백천 번?’
대한이는 반긴다는 진정한 의미를 아는 아이였다. 백 천 번은 수학 시간 100까지의 수까지 배우는 1학년이 표현할 수 있는 제일 큰 수 아니었을까.
이런 아이를 보면 마음을 표현하기 서툰 어른들이 오히려 표현 부진 학생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