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 선생님의 공수표
어떤 무언가가,
나는 깜빡 잊고 살았는데 다른 누군가한테는 큰 의미로 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된 적이 있는가?
오랜만에 만난 첫 제자들과 함께 밥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고 놀고 있는데
정혜가 조심스럽게 네모난 갈색 종이를 올려놓았다.
“선생님, 이거 기억하세요?”
그 종이는 패기 넘치던 초임교사 시절,
‘왜 교사만 명함이 없는 거지!’라는 생각에 만들었던 내 명함이었다.
“선생님이 나중에 만날 때 이 명함 가지고 오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었잖아요.”
그랬다. 아이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명함을 나눠주며
첫 제자인 너희들은 평생 A/S 무료니까 힘들거나 배고플 땐 언제든지 연락하고 했던 게 떠올랐다.
정혜는 그걸 구김 없이 간직하고 있었다.
내 이름 앞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추억을 지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