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K-food 같은 K자만 들어가도 한류인데,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 같은 성을 달고 있는 형은 나와 전혀 다른 인류였다. 아마 이 땅의 모든 형제들이 그러리라. 창세기 때부터 형 가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죽였고, 동생 야곱은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챘다. 형제는 말 안 해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이해하지 못해 말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언젠가, 형이 계속해서 새로운 레고 장난감을 집에 가져와 놀던 적이 있었다. 분명히 얼마 차이 안 나는 용돈을 받던 형이었는데 어떻게 새로운 레고를 갖고 놀았던 걸까.
“형, 그 자동차 레고 엄청 멋지다. 이거 형 거야?”
“어, 내 거야. 너도 하나 갖고 싶냐?”
그렇게 형과 형의 친구를 따라 도착한 곳,
그곳은 대형마트였다.
아, 우리 형이 돈을 조금 모았나 보다.
형은 나보고 레고 코너가 있는 기둥 앞에서 서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임무를 줬다.
“요한아, 여기서 기다려.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노래를 불러.”
그 말을 뒤로하고 형은 친구랑 함께 작은 레고 상자들을 옷 속으로 쑤셔 넣고 있었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뭘 믿고 여기까지 온 걸까.
돌이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형이 레고 한 상자 건네줬다. 누가 볼까 봐 얼른 옷 속으로 집어넣어버렸다.
공범이 돼버렸다. 빨간색도 검정색도 아닌 오히려 새 하얀색에 가까운 죄책감이 들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기까지 성공. 이제 조금만 더 나가면 출구였다. 빛이 보였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닐까.
툭. 투두둑. 툭.
하나가 쏟아지자 우르르 쏟아졌다. 우리의 희망과 설렘도 쏟아졌다. 몸은 가벼워졌으나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리고 보안실로 끌려갔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외눈박이 괴물에게 관찰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마트로 왔고 우리 대신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셨다. 물론, 그동안 마트에서 없어진 레고까지 싹 다 우리가 한 것으로 계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