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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어린이였지
기다림을 대신할 수 있을까.
070. 기다림을 대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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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Mar 21. 2021
어떤 체험을 하거나 선생님과 데이트를 떠날 때,
아이들은 자기 차례를 손꼽아 기다린다.
심지어 번호대로 돌아가는 급식 순서도 자기 순서를 잘 기억하고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꼭 체험하고 싶어서 손을 수차례 들지만 선생님이 잘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면
아이는 거의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 “선생님, 저요!
저요! 아까부터 손들었다고요.”라고 소릴 높인다.
그래도 이렇게 표현하면 좋으련만, 표현이 서툰 학생의 경우 자기 차례를 놓치면 종종 울곤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기다리는 친구들을 대신해 꼭 “선생님, 00가 아까부터 손들었어요.”, “00시켜주세요.”라는 말을 꼭 한다.
올해는 코로나가 진정될 때마다 4-5명씩 팀을 이뤄 아이들과 데이트를 떠나곤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공연 관람,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자전거, 여러 가지를 체험할 학생들은 박물관 탐험, 연날리기...
세 팀은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이뤄진 만화카페 팀만 남았다.
하지만 학기가 얼마 안 남았을 쯤, 갑자기 코로나 확산세가 무서워졌다.
등교도 못하는 상황에 데이트라니, 코로나 걱정에 학부모님들의 우려도 심해지고, 데이트를 떠나지 못한 녀석들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결국, 대안으로 녀석들에게 원하는 물건들을 선물로 사줬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겠나. 그 중 한 녀석이 다가왔다.
“선생님이랑 만화카페 갈 날만 기대했는데...”
수민이었다. 녀석은 나이 터울 있는 형들의 영향을 받아
드래곤볼, 나루토, 블리츠 등 만화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잘 그렸다.
꿈도 웹툰 작가일 정도로 만화를 참 좋아했다.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선물을 주더라도 기다림을 대신할 수 없었다.
기다림은 기대함이었기에.
수민이가 그린 손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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