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PC방
친구를 기다리며 PC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분명히 재미있었던 게임들인데 뭔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와 달리, 친구들과 떠들며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 보였다.
PC방에 처음 간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컴퓨터로 한컴타자 연습만 하던 나에게 pc방은 신세계였다.
사촌 형이랑 처음 해본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
자꾸 파일럿 어쩌고저쩌고 미네랄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뭔지 모르지만 그냥 재미있었다.
그 뒤로 PC방은 집결지가 됐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함께 하는 친구들만 바뀌었다.
반 대항전 대표로 나갈 정도로 난 게임을 잘했다.
바람의 나라, 스타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 디아블로, 카르마, 워크래프트, 서든어택, 겟앰프드, 피파온라인, 거상, 포트리스 등등
게임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많은 걸 가르쳐줬다.
게임에는 나름대로 질서가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과 ‘님’을 붙이며 친구가 됐다.
게임 세상에서 난, 여러 가지 역할이 될 수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타자를 치면서 맞춤법이 좋아졌으며 타자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치트키와 단축키를 익히기 위해 영어를 익혔다.
아이템을 사거나 거래를 하면서 경제 개념도 생겨났다.
이기기 위해 전략을 구사하며 머리를 썼다.
재미는 곧 대담함으로 이어졌다.
우유 급식비를 학교에 내지 않고 그 돈으로 PC방을 날마다 간 것이다.
결국 그 일탈은 가방 정리를 하시던 엄마께 잔돈이 든 봉투가 걸려 끝났다.
그래도 키 크려고 마시는 우유보다 게임을 통해 더 많이 컸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게임중독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세상보다 더 빛나는
온라인 세상으로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게임중독은 중독된 세상에서 해독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