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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어린이였지
미용실 1, 2, 3
080. 미용실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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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Mar 22. 2021
미용실1
형과 나는 1+1 상품처럼 집 앞 미용실에 세트로 딸려가곤 했었다.
미용실 아주머니께서 돈을 깎아주셨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의 선심과 달리 형과 나는 미용실을 가는 걸 싫어했다.
얼른 머리를 깎고 놀러가기 위해 형이 먼저 머리를
잘랐다.
아. 점점 완성돼간다. 완벽한 초코송이 모양, 바가지를 씌운 듯 살아 있는 선.
그런 형의 모습을 보며 미용실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닥칠 내 미래였으니 말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안경잡이라는 거다.
안경을 벗고 거울을 바라보면 흐릿했고 왠지 오늘만은 다르게 잘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경을 꼈다. 똑같았다. 초코송이였다. 아...
그때에 멋을 내는 친구들이 있으련마는 항상 초코송이처럼 버섯 머리가 된 내 머리가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또 위로를 얻는다.
초코송이 한 상자를 터놓은 것처럼, 여기저기 초코송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용실2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수민이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후드 사이로 옆머리가 투블럭으로 시원하게 밀려있다.
녀석은 내가 가까이 오니 괜히 후드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벗으라고 할까봐 걱정됐나 보다.
‘그 마음 안다. 녀석아.’
아이가 스스로 후드를 벗기까지,
며칠간은 규칙보다 녀석의 자존심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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