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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08. 2016

후회해도 되는 순간


떠나는 너

눈물겨워 동구 밖까지

멀찍이 떨어져 쫓아가며


불러도 한번

돌아보지 않던 매정한 너

보내고 되돌아오며


혼잣말로,

더 크게 불렀어야 했다고

내 목소리를 못 들은 거라고


이제 오랜 믿음도

그리움과 함께 보따리를 싸

혼자이던 어느 아침


처음으로 한번

눈을 감고 누운 채로

혼잣말로

후회한다고, 정말 후회한다고.


*

한번 지나가면 오지 않는

많은 것들은

헤아릴수도, 붙잡아놓을 수 없지만

<나>가 떠내려가도록

손 놓고 구경할 수만은 없겠지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다시 읽어봅니다.


*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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