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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Jul 16. 2016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

이태형 기자, 대가들에게 행복을 묻다


귀한 책이 나왔다.

소장 가치가 있다.

책을 살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주옥 같은 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당대의 멘토들이기 때문이다.

구경한 이야기, 주어들은 이야기를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하는 이야기들과는 다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만나 묻고 대답을 들은 '살아 있는 대화'의 모음이다.

그것도 26년 기자 경력의 베테랑 인터뷰어가 '인생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꾸밈없는, 진실한 대답을 들었다.


나는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이분들이 이 세상을 떠난 미래의 어느 날,

이분들이 잠든 묘지를 찾아갈 기회가 있다면 묘비명에서 봐도 잘 어울릴,

총정리 된 한 마디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분들이 왜 존경을 받는지 대표성, 정체성, 진정성이 설명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래의 목차를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혜민(승려, 마음치유학교 교장) _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
이해인(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 _ 오늘이 나에겐 가장 큰 보물입니다.
김용택(시인) _ 행복하려면 남편과 아내가 잘 놀아야 합니다.
한비야(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 _ 지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_ 성공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미우라 미쓰요(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남편) _ 사랑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김남조(시인) _ 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습니다.
고은(시인) _ 오늘 주어진 생의 의미를 만끽하면 맛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함민복(시인) _ 게을러야 시적詩的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철환(작가) _ 성공은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서영은(소설가) _ 당장 나만의 산티아고로 떠나세요!
정진홍(서울대학교 명예교수) _ 좋은 친구를 갖기 원하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세요.


왼쪽부터 혜민스님, 김용택 시인님, 이해인 수녀님


국민일보 기자로서 한 길을 똑바로 걸으며 굵직한 삶을 살았고,

한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와 칼럼니스트로도 오래 활동해온 이태형 선생님이 한 일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해 만나고 쓰고 정리했다.

질문은 하나였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답이야 다양했지만, 저자는 모든 대답에 공통분모가 있음을 보았다고 했다.

"지금, 여기서, 나만의 삶을."로 요약되는!

책의 제목으로 얹혀진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라는 말은

혜민스님이 이 시대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위로라고 저자는 전한다.


우리의 눈과 귀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본능적으로 '조화와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인생 대가들이 모인 이 책은 <너, 사람 좀 되라>는 뜻으로 자신에게 선물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곁사람에게 쓱, 내밀어도 좋을 책이 분명하다.


왼쪽부터 이어령 전 장관님, 한비야 교장님, 미우라 마쓰요님(마우라 아야꼬 남편)


인터뷰어인 이태형 선생님, 그도 이들 못지 않은 대가요 선생님이다.

그래서 기자, 작가라고 표현하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고민없이, 거침없이 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분은 유행을 좇는 세상의 시선이나 눈앞의 팩트에 연연하지 않는

'너머'를 생각하는 글쓰기, 기사, 칼럼 등을 통해 균형잡힌 저널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아 온

이미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대가'로 살아온 분이기 때문이다.


구경한, 주어들은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 아니다.

아주 가까이서 30년을 보았고, 만났고, 소통한 경험을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은 그분의 모습은 이 책의 등장인물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그려지는 '부러운' 그림이 있다.

대가와 대가가 마주앉아, 서로를 알아보며, 서로의 자유로운 영혼을 응시하며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니!!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하다. 그저 '남다르다'고 말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물음에 답이 있고, 답 속에 물음이 있다.

오가는 이야기 속에 거침이 없다.


왼쪽부터 김남조 시인님, 고은 시인님, 함민복 시인님


'지금, 여기, 이 순간'은 내게도 늘 묵직한 화두다.

"오늘 없이 내일이 있니?" 수준으로 이해 되기에는 너무 큰(뭔가 찝집하기도 한) 화두다.

마음경영 컨설턴트, 마음치료사의 길을 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나 역시 성경에 나오는 '우물가의 여인처럼' 그리움과 목마름을 '달고' 살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해소법', '~하는 비결 O가지'라는 제목에 저절로 손이 가서 낚인다.

일상 속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만이라도 놓치지 말라는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걸 알면서도 다음에 또 낚일 게 뻔하다. 바보~ing.

그렇게 우리는 늘 '답'이 그립다.

누군가 나를 위한 '즉답'을 내놓아 주기를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바란다.


왼쪽부터 이철환 소설가님, 서영은 소설가님, 정진홍 교수님


OECD가 올해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면,  한 마디로 '또' 괴롭다.

우리나라는 무슨 분야 몇 위 따질 것도 없이 그냥 다 꼴찌 수준이다.

우린 통계를 보고 행복해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 마음은 이런 걸 보고, 실제로 스스로 겪으면서 더 바닥으로 떨어진다.

체감으로는 더 낮다는 게 정설이다.


악순환에 걸린 마음이 선순환으로 바뀌려면 나에게 '내미는 손'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열두 대가분들의 '내미는 손',

그리고 작가인 이태형 선생님의 '내미는 손'이 감사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제목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를 곱씹으면서 생각해본다.

내 귀에 이렇게 들린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 어렵게 살지 마세요."


힘든 건 사실이고, 이건 내 뜻대로 정의되거나 내 맘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렵게 '안 만드는 건' 내가 그럭저럭 주무를 수 있는 일이다.

어렵게 살지 말라는 건, 나를 궁지로 몰지 말고 보호해주라는 뜻이 아니던가.

이분들의 손을 번갈아 잡아보면서 '나에게 내미는 내 손'도 어색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은, 타인의 손은 다 합친다 해도 '내 손'의 힘에는 못미친다.

이 책을 쓴 이태형 선생님과, 등장하는 열두 분의 대가들이 그걸 가르치고 있다.

틀림없다.

못 믿겠다면 읽어보자. 그리고 해보자.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마음을 담아 한 손으로 다른 한 손을 꼭 잡아보기.


그러면 그대로 기도하는 손이 된다.

진심으로 포갠 손의 기도를 어찌 신이 외면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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