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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20. 2020

남 얘기하듯


오늘 만난 어떤 사람은 말이야.


직선을 긋고 그 길로만 죽기 살기로 달려가면서도

“인생은 돌고 돌아.”라고 가르치듯 말하던 걸.


상처받지 않게, 에둘러 말한다 하면서도

사람을 직선적으로 말할 때보다도 더 아프게 하던 걸.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매달려 왔으면서도

“이건 ‘끌림’이지, 끌려가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던 걸.


기껏해야 누군가의 희망에 걸쳐 가면서도

인생을 마치 훤히 꿰고 살고 있는 듯 행동하던 걸.


신앙과 철학을 그럴 듯하게 논하면서도

잘 되는 일은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하고

잘 안 되는 일은 남 탓으로 쓰윽 밀어버리던 걸.  


*

당신도 가끔 만나는 그 답답한 사람, 제발 나는 아니길.


**

지구는 둥그니까, 그럴 수도 있지.

비유와 은유가 화려하면, 그럴 수도 있지.

자기 최면을 걸면, 그럴 수도 있지.

모르겠다고 징징대기 싫으면, 그럴 수도 있지.

끝을 본 게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는 있어도, 계속 그러면 안 되는 거지.


Bok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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