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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19. 2020

'제3의 종' 인터뷰

HERO TV


"외계인이 몰래 내려와 지구인과 결합, 제 3의 종을 몰래 만들어 지구인과 맞바꾸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더라고요. 애니메이션, SF영화가 아니라 진짜로요. 주장하는 바 스토리 전개의 흐름은 대개 유사합니다. 이 어마어마할 음모는 아직은 전모가 드러나거나 '그날jugement day'이 오지는 않았다는 것. 대개 전문가의 징후 없이 비논리 주장인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현대인의 바쁜 일상, 피곤한 삶에서는 그리 중대한 얘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눈앞에서 사람이 물려 좀비가 됐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든지, 마블사가 새로운 우주관에 반영했는데 이번 시리즈에 '나'를 캐스팅했다든지 하는 상황이면 몰라도요. 관전하는 수준의 입장에서는 그저 '재미 있으면' 그만들일 거예요.

내가 보기엔 그런 류의 주장을 아주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제3의 종'이 아닐까 싶어요. 그들 주장은 알고보면 대개 유력 종교나 설화의 핵심을 살짝 비틀고 베껴 짜깁기했고 논리 빈약, 비약,  비현실, 비과학적 스토리는 만화나 C.G.의 기법으로 밖에는 아직 실사 영화에서도 구현이 안 되고요.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그럴싸 하냐'에 따라 감탄하며 상을 주기도 하고 '선을 지키냐 넘느냐'에 따라 때론 잡아 가두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실은 나도 가끔 비현실의 주인공 같을 때가 있긴 해요. 어느 날 갑자기, 처한 상황이 하도 ‘원더wonder’하고 ‘슈퍼super’해서 기가 막히기만 한데 그 중심에 내가 떡하니 버티고 섰을 때 말이지요. 그럴 때는 나이고 체면이고 다 패대기 치고 망토를 두르고 망치라도 손에 들고 날아오르고 싶어요. "응. 너희들, 이제 다 죽었어. 형이 왔단다." 일갈, 포효하며.

날아오르는 중에 '넌 뭐냐?' 질문을 받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아요. 외계인 취급이든 좀비 취급이든. 그냥 날아올라서 눈에 보이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을 닥치는 대로 쳐부수고 싹 쓸어버릴 수 있다면 상관도 없을 거예요. 상을 받든 잡혀 갇히든. 이런 변신에 당신이 공감하거나 동참한다면 더더욱 기고만장해서 말이지요.


mavel.com

*
위의 사진을 보니 NASA...아니, MARVEL이 내세운 슈퍼 히어로들 중에는 미래의 핵심 전력이 될 주인공 하나가 아직 소개 되어 있지 않군요.
주 무기는 스노우볼snowball, 매력 포인트는 숯검댕이 눈썹과 일자 미소. 이번 겨울, 눈이 왠간히 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진짜진짜 우리편, 이 정다운 히어로를 잊고 살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아아, 이제서야 알아보시네요.


그래요. 나예요. 눈사람.

작정하고서 굳이 밝히자면, "I am Snowman."

카메라 후레시는 삼가해주세요. 살살 녹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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