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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01. 2020

누리기


젊은 시절, 수십 개국 출장을 다니면서도 일에 집중하느라 명소 한 군데도 제대로 둘러 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비즈니스맨있었다. 그는 일의 파워와 스피드만을 즐겼기에 남다른 풍경, 동행과의 추억은 남겨둔 게 없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한 일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벌어진 일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과감히 모험을 즐겼다고 자랑하는 '자칭' 여행가도 있다. 재력이 좀 되는 그는 사실은 가이드를 따라다닌 게 전부이고 크루즈여행이나 며칠 스쳐가는 겉 핡기 관광코스만을 열심히 다녔다. 그의 자랑은 고가의 카메라로 찍어온 사진들뿐이다. 이 역시 뭘 못 깨달아서 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나름의 목적은 달성했을 것. 한 사람은 스스로의 정의에 따라 ‘일이 젊은 날의 전부’이고 ‘일에만 집중하는 프로 비즈니스맨으로서 충실한 시간’을 보냈을 거다. 다른 한 사람도 스스로의 정의에 따라 ‘여행국의 목록과 증거 사진을 가진 모험가’로서 기회 있을 때마다 모험심을 자랑하며 잘 살고 있다.


두 가지의 이야기가 최적의 경험은 아닌 것 같고 뭔가 모자라 보이긴 하지만, 잘잘못을 극명하게 나누는 식의 구분은 하고 싶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요 남다른 삶의 방식이었다고 믿었을 테니까.


생각해 보니,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과 결과라는 게 그렇다. 과정이 좀 부실하면 여정이 더 중요해 보이고 과정은 괜찮아 보이는데 결과가 부실하면 주객이 전도 된 느낌이 든다.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면 왠지 임팩트가 없는 것 같고, 치중하면 기울어진 것 같다. 뭐가 어쨌든, 여행이나 삶이나 자랑하려고 있는 것은 아닌 건 분명하다. 누리라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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