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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Jan 12. 2020

인생에 두 번

더 무거워


머리가 몸보다 더 무거울 때가 있다.

인생에 두 번.


처음으로 한번은 태어나기 직전이다.

특별히 따지지도, 중력을 거스르지도 않는다.

엄마 배 속에서 거꾸로 있는 게 그 증거다.


끝으로 한번은 다시 태어나기 직전이다.

더 이상 따지지도, 중심을 거스르지도 않는다.

세상에 대해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처음과 끝 사이, 모든 시절에서는 머리보다 몸이 무겁다.

무슨 일에든, 몸이 먼저 가는 게 그 증거다.


사실은, 이때가 더 좋다.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


생각이 부족하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가면 된다.

그 다음에는 연인 손을 잡고 가면 된다.

선생님도, 친구도 좋다.

아무래도 모르면, 감사 인사를 하고 뻔뻔히 따라가면 된다.


머리가 무거울 때가 있어도 괜찮다.


처음 무렵, 배 속에서 똑바로 있겠다고 우기지 않으면 된다.

탯줄을 만지작거리며, 다음을 기다리면 된다.

끝 무렵, 물구나무서서 살겠다고 우기지 않으면 된다.


*

신의 피조물들을 매만지며, 다음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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