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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r 04. 2020

미래를 보다

   

두 수도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깊은 명상 중에 동시에 자신들의 미래의 한 토막을 보게 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미래 속 자신들의 모습은 끔찍하게 힘들고 암울해 보였다. 그 선명함과 강렬함에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다음 날,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도원을 떠났다.     


한 수도사는 불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대책 없이 막 살았다.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는 아이처럼 위태롭게 살았다. 그때마다 입속으로는 “어쩔 수 없어.”라고 되뇌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 확인하며 살았다. 그리고 어느 세월엔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른 한 수도사는 물불 가리지 않는 용감한 사람으로 살았다. 많은 사람을 돕고 구하는 일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그때마다 입속으로는 “뭐, 이 정도가 대수라고.”라고 되뇌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좋은 일을 찾아다니며 살았다. 그는 먼 훗날인 지금까지 성자로 불리고 있다.           


*

그저, 단지, 앞 뒤 없이, 한 토막을 봤을 뿐입니다.

그렇게 안 살면 그만이고, 그렇게 살려고 하면 또 그렇게 사는 거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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