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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r 23. 2020

변해가네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가 저를 수소문해 10년여 만에 전화를 했습니다.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대뜸 한다는 말이 “너, 안 변했지?”랍니다. “변할 건 또 뭐가 있냐?”라는 제 대답도 우습지만,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안도하는 친구가 재미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번에는 소꿉친구가 거의 20년 만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낸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기뻐했다는 사연. 제 글을 읽어보고는 “어쩌면 이렇게 안 변했데!” 하다가 “아,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했다네요. 고마운 뜻으로 하는 말, 곱게 받아들입니다.     


나날이 변모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돌같이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의지에 노력이 더해지면 동이었다가 은이었다가 금이 되는 질서가 사람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늘 일관성이 약한 사람은 금이었다가도 한순간에 돌로, 동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제 발로 말입니다.     


변질 되어선 안 될 것도 분명히 있지요. 고무줄 같은 게 달린 것들 말입니다. “비뚤어질 테다.” 하고 위험스레 벗어나는가 싶다가도 마음이 좀 풀어지거나 정신이 좀 들 무렵엔 쓰윽, “내가 언제?”하는 얼굴로 본질의 곁으로 돌아와 해맑아져 있게 되는 그런 것들, 포기가 안 되는 것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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